이제 누굴 만나면 화들짝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켜보다가 그분이 첫 이미지와 어떻게 다른 지, 비슷한 지, 또 이런 모습이 있었네도 싶고..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 새로 알게 된 사람과 지인이라고 치자, 그러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기도 한다. 얼마 전 원래 알던 선배님과 새로 알게 된 피디 분과 점심 식사 자리를 가졌다. 아직은 느낌뿐이지만
오래 친한 사람들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니 이런 시간들이 아주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셋의 자리가 오래 이어지기도 하고 또 그저 그렇게 흘러가기도 하는데 나는 좋았다.
오랜만에 정동길에서의 만남. 경향신문사를 바라다보면 몇십 년 전의 일이 어제 일인 양 느껴진다. 삐걱거리는 복도를 지나.. 이문열 작가 얘길 했던 여자 편집장님. 긴 패딩을 입고 나타났던 패션기자. 그리고 신춘문예 출신 시인 선배 기자분을 만났던 일이 어제 일처럼 선하다. 난 경향신문 자유기고를 두어 번 했다. 그 일이 처음 어떻게 연결됐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여성동아 일도 두어 번 했고. 다시 방송 일을 하느라 몰입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이렇듯 예전의 나는 두려움이 없고 모험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르다. 사람 만나는 일도, 일을 새로 맡는 경우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우선은 받아들이지만 가끔 브레이크가 걸린다. 어떠한 편견도 없이 그냥 가자. 가끔 보면 의심해볼 만한 일은 의심을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하다가 시련을 겪기도 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겠지. 그저 휘둘리지 말고 내 속도와 중심을 가지고 계속 가자.
그날 만남은 참 즐거웠다. 전직 라디오피디답게 음악도 많이 아시고 감성 충만하시고, 선배 작가 언니는 예의 유머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유쾌했다. 봄을 닮은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