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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리얼리스트 Feb 04. 2022

오빠

쑥스러운 말

오빠가 나타났다. 오래 잊고 지냈던 선배를 후배의 sns 댓글창에서 발견하여 따라가 보니 그였다. 그 선배는 성당 모임에서 만났다. 그 모임은 대부분이 여자고, 그 선배와 내가 추천해서 데려 간 남자 후배가 하나 있었다. 그 남자 후배를 다른 여자 모임원들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나중에 배제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창때이던 나의 30대 때. 그 선배와 나는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문예창작과 출신이었고, 아는 인물이 겹치고 말이 통해서 몇 번 술자리를 같이 했다. 그리고 당시에 내가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선배가 내게 진지하게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다. 나는 선배가 그런 걱정을 해주어 무척 고마웠고, 나도 모르게 그 선배한테 기대고, 조금 의지했던 거 같다. 마침 잘 받아주기도 했고, 두어 번 데이트를 가졌다. 그때 분위기라면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는 설렘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억은 "왜, 넌 나를 단속하니?"로 끝났다. 선배는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고, 나는 편하면서도 손 윗분이고, 나이 차도 좀 있어서 어렵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7,8년 전 망원시장 앞에서 선배를 만났다. 그는 망원 한강공원 근처에 사는데 성산동 쪽 사무실로 가는 길이고, 나는 동생이 살던 동네로 버릇처럼 운동을 가는 길이었다. 오랜만이었지만 "아, 선배!" 했었고, 선배도 얼떨떨해하며... "그래... 오랜만이다." 했다. 그러고는 집에 와서 sns를 보니 선배의 계정이 있었고, 우리는 sns에서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가 나를 끊었다. 뭐 불편한가보다 했지만 서운하기도 했다.


그리고 엊그제 댓글창에서 선배 이름을 보고 반가웠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저, 김영준 데요?" 했더니, "그래, 잘 있었니?"라며 예의 여유론 목소리... 형은 혼술 중이었다. 술김이라 그런 지 이야기는 잘 이어졌고, 급기야, "만나서 술 한 잔 하자."라며 약속을 잡았다.


선배를 만났다. 몇 년 전 망원시장 앞에서 스쳐 지나간 것을 빼면 거의 20년 만이었다. 우리는 어느새 가끔 만나 술 마시던 친한 선후배가 되어 술잔을 기울였다.

오히려 옛날보다 편했다. 선배는 나더러 멋있어졌다고 하고, 앞으로 종종 만나자고 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선배와 내가 이성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술자리는 2차로 이어졌고, 선배는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제의를 했지만 "사귀자"는 얘기는 하지 않더라. 오랜만에 만나 바로 "사귀자."는 것도 웃기고, "한 달에 두 번 보자."한 것도 긴가민가한데...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마주 보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 달에 몇 번이 되었든 우선 만나보려고 한다. 가볍게... 그도 나도 싱글이고, 전후 사정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아주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서 그냥 그 사람을 잠시 잊었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는 실로 묘한 거 같다.   


#세월이훌쩍 #성당오빠 #남과여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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