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라는 이름의 방관자

엄마가 아프대 -3-

by 관희

대학병원 원무과에
엄마의 피검사 결과를 제출하자
혈액종양내과로 안내받았다.


예약 대기가 많아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라고 느꼈다.


오만 가지 생각이 겹쳤다.


혹시

엄마가 암일까.


아니,
그건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엄마는 눕고 싶다고 했고,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대기실 복도 벤치에
무거운 이불처럼
축 늘어져 버렸다.


엄마는 오한이 드는지
몸을 덜덜덜 떨기도 했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괜찮다며,
두근대는 심장을 뒤로한 채
아무렇지 않게 앉아 있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나이 든 노의사가 말했다.


“몸이 고장 나면
하나씩 고쳐야 하는데,

여기저기 다 고장 나서
뭐부터 해야 할지 어렵습니다.

자동차로 따지면
경고등이 다 들어온 상태예요.

정밀하게 검사해 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더니
오늘은 입원실이 없으니
내일 바로 입원하라고 했다.


입원실만 있었다면
그날 바로 입원시킬 요량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검사 결과도 알지 못한 채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집에 온 엄마는
꽤나 건강한 모습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뭔가 잘못 본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확실해지지 않은 채,

불안만 남긴 하루가 지나갔다.


다음날,

엄마는 입원했고

나는 보호자로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복도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반쯤 내린

담당 주치의와 면담했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엄마의 진단 결과는 확실한 위암,

그리고 백혈병 의심이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혈액에

무언가 좋지 않은 게 있다는

결과였다.


왜 보호자는

이토록 무기력한 존재이면서도

그렇게 거창한 이름을

가진 걸까.


엄마에게

전해 줘야 할 말이

너무 많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엄마,
위에 안 좋은 게 있는데
그건 수술하면 되고…

혈액은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한대.”

엄마는

놀란 고양이처럼

동그란 눈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그게 결국

암인 거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괜찮아”라고 말했다.


이미 아픈 사람 앞에서

보호자는

그저 의미 없는 칭호였다.


차라리

아픔 조차 나눌 수 없는

방관자라고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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