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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제주 Oct 22. 2023

[1]. 서문

생명을 만들기 위한 280일의 기록

아빠가 이렇게 평안이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평안이를 뱃속에 품고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러워서란다.


 엄마랑 이렇게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내기 위해 1년의 시간을 고생했는데, 평안이가 세상에 나오고 무럭무럭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세월이 흘러 많은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들지만 행복했던 이 기억이 너무나도 빠르게 잊힐 것 같아서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 거란다.(심지어 임신 30주가 지나가니 임신 초기에 입덧으로 고생하던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만 같아)


 뭐 나중에 평안이가 커서 이 글을 읽어보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엄마와 아빠만의 기록으로라도 남기고 싶단다. 평안이가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글을 보여주면서, 엄마가 이렇게나 고생해서 낳았으니 효도해라라고 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가 힘들지만 사랑으로 평안이를 품었단다라고는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술이 발달해서 사진과 동영상을 수만 개씩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평안이가 이 글을 보게 될 때에는 기술이 얼마나 진보해 있을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가장 잘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은 글쓰기가 가장 익숙하니까(동영상이라는 첨단 매체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과연 세월이 흐른 뒤에도 너무나 기술이 진보해서 과거의 매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까) 글로 남겨두려고 해.


또 만약 이 편지를 엮는 날이 온다면 이 글을 서문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단다.


늦더위에 힘겨워 잠을 설치는 엄마 곁에서

30주 1일에

-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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