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는 호칭이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평안이를 만나고 첫 주일 설교 말씀이 요한복음 14장 27절이었단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성경구절과 설교말씀이 너무 좋아서 엄마와 아빠는 너를 평안이로 부르기로 했단다. 엄마 뱃속에서 평안하게 지내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임신 5주 2일에 평안이를 알고 첫 주일에
-아직은 아빠라는 호칭이 너무 어색한 아빠가
오늘은 모태산부인과에 가서 엄마와 진료를 받았단다. 엄마가 여기저기 후기를 찾아보고 여기에 계신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게 잘 봐주신다고 해서 예약을 하게 됐어. 처음 갔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은 평안이의 아기집을 처음 본 날 너무 무덤덤했거든. 엄마와 아빠에겐 너무나 소중한 평안이 인데! 사실 아빠는 살면서 의사들이 무덤덤한 경우를 종종 봐서 놀랍지는 않아. 당사자들에게는 삶의 전환점이지만 그분들에게는 일주일에도 수십 명씩 만나는 환자나 산모 중의 한 명이고 그저 일상일 테니까. 그걸 비난하려고 하지는 않아. 그분도 친절하고 상냥하셨어. 리액션이 우리의 예상과 조금 달랐을 뿐이지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지금 다니는 산부인과의 원장님을 찾아가게 되었지. 이곳은 병원의 규모는 비교적 작았지만 조금 더 친절해 보였어. 그리고 이 원장님은 초음파를 보면서 20분씩 설명하신다는 명성대로 친절하시고 초음파를 보면서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어.
산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아시는지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산모가 질문하기도 전에 먼저 모두 말씀해 주셨어. 아기집의 크기와 현재 평안이의 크기도 설명해 주시고, 초음파의 각도에 따라 아기집 모양이 바뀌는 것(나중에서야 이게 산모를 안심시키는 얘기라는 것을 알았지), 초음파에서 등과 배의 방향과 방광의 위치까지 궁금해하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설명해 주셨어. 약간의 TMI로 의사 선생님 아이가 셋이고 딸이 대학에 간 얘기까지 들었단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 입덧에 대해서도 엄마의 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 거라고 안심도 시켜주셨어
또 평안이의 심장이 반짝거리는 걸 봤단다. 지난번에는 희미한 아기집만 보이고, 잘 보이지도 않았던 평안이가 이제 심장도 생기고 아기집도 커져서, 무럭무럭(?) 자라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엄마에 비해 평안이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아빠도 좀 더 실감이 나는 것 같았어
이제 엄마는 입덧 증상도 생기는 것 같고, 여러모로 신경 쓸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아.
다음에는 평안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겠다.
다음에 또 만나 평안아
-아빠가
오늘은 엄마와 아침부터 병원에 가서 평안이의 우렁찬 심장소리를 들었단다.
병원예약시간이 토요일 오전이었는데 시간 맞춰 간다고 부지런히 갔는데도 병원이 도시의 가장 번화가 한복판에 있고 주변에 병원이 밀집되어 있는 데다가 우리처럼 토요일 오전 진료를 보러 온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주차가 쉽지 않았어. 유동인구가 훨씬 많을 것 같은 평일 오후보다 주차가 훨씬 어려웠어.
병원 지정주차장 중 주차하기도 편하고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상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고, 타워형 주차장도 입구부터 대기가 길어서 언제 주차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알고 보니 진료예약시간도 이미 지난 상황이었어(아빠는 열 시 반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예약시간은 열 시 이십 분이었단다). 그렇게 하염없이 병원 근처 골목골목을 헤매고 있는데, 주차 전에 미리 병원에서 접수를 하고 기다리고 있던 엄마도 초조한 지 전화를 하기 시작했어. 다행히 병원에서 진료시간을 조금 미뤄주셨고, 지정주차장 중에서 병원과 가장 먼 곳에 간신히 주차하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갔어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병원에 들어가서 로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살펴봤는데 정작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서 매우 당황해서 전화해 봤더니 이미 진료실에 들어가서 앉아 있었어
아빠가 들어가자마자 진료가 시작되었고,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어. 평안이는 주수에 맞게 무럭무럭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단다. 이제 엄마랑 탯줄도 연결되어 있고 무엇보다 지난번에는 반짝이기만 하던 작은 심장이 어른보다 두 배 빠르게 세상을 향해 우렁차게 뛰고 있었어
지금도 겨우 1cm 정도로 아주 작지만 처음에 아기집을 초음파로 봤을 때는 긴가민가 할 정도로 작았던 평안이가 병원을 갈 때마다 하나의 생명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신기하단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렴 평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