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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제주 Oct 22. 2023

[번외 편]. 제왕절개의 고통은 후불제

초보 엄마아빠의 사투가 시작된다.

수술 당일

 입원실로 올라온 엄마는 수술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이 시작되었단다. 처음에는 머리도 들 수 없고 누워있기만 해야 했고, 마취가 풀리면서 수술부위가 아파오는데 페인버스터와 무통주사로 버티고 잇었단다. 옛날에 비하면 진통제가 많이 좋아진 거라고는 하지만 진통제를 두 종류나 달고 있는 건 그만큼 고통이 심하다는 얘기겠지


 엄마는 후배앓이를 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배가 엄청 아파오는데, 그게 두려워서 잠이 오지 않다 보니 깊게 잠들지 못하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어. 그리고 수술당일 밤에는 간호사가 두 시간에 한 번씩 엄마의 상태를 확인하러 들어왔기 때문에 깊게 잠들고 싶어도 잠들 수가 없었단다.

 

 첫날 저녁에 평안이를 처음 방에 데려왔지만 엄마는 아직 고개를 들 수도 없어서 누워서 평안이를 바라봐야 했단다. 평안이를 입원실에 데려오기 위해 신생아실에 내려가서 너무나도 작아서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모르겠던 평안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단다. 평안이의 따뜻한 체온과 그 아기냄새, 평화롭게 자고 있는 얼굴.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지.


수술 2일 차

 2일 차 아침부터 엄마는 머리도 들고, 소변줄도 제거하고 일어나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되었단다. 그리고 점심부터는 금식도 해제돼서, 미음이 나오고 저녁에는 죽도 먹을 수 있었단다. 엄마의 금식기간 동안 아빠는 샌드위치를 사서 휴게실에서 먹고 들어왔는데, 점심부터는 엄마와 같은 시간에 마주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었어.


 이제는 컨디션이 많이 호전돼서, 9시 뉴스를 보면서 스르륵 잠든 엄마를 보고, 아빠도 안심하고 잠들었는데 갑자기 두 시간 뒤쯤 오한을 호소해서 이불을 덮어주고 간호사도 불러오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단다. 


수술 3일 차

3일 차에 새벽부터 시작해서 무통주사와 각종 수액 줄을 순차적으로 제거해서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졌단다. 아직 동그란 페인버스터 주머니를 달고 다녀야 하긴 하지만, 이제 엄마의 움직임을 아주 크게 제약하던 링거폴대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아빠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화장실도 가고 병원 복도를 산책할 때도 훨씬 편해졌단다.


 전날보다 많이 회복되었다고는 해도, 아직은 허리를 펴면 수술부위가 찢어질듯한 통증이 남아있는 엄마는 의료진을 믿고 허리를 펴고 다니는 거란다. 앞 병실의 산모는 엄마보다 하루빨리 수술을 했는데도 아직도 링거폴대를 밀고 다니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엄마는 씩씩하게 회복도 잘하고, 아픔도 잘 참는 편인 것 같아.


 출산 후 3일 차부터 젖이 돈다고들 하던데 정말 3일 차 오후가 되자 엄마의 몸은 모유수유를 준비하듯 가슴이 아파왔어. 간호사님들이 엄마의 가슴 상태를 보고는 모유수유를 위한 마사지를 추천하셔서 오후 6시 반에 모유수유를 위한 가슴마사지를 받았어


 그리고 이날 밤부터 수유와 유축을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지. 신생아의 식사 간격인 3시간 정도마다 젖이 돌아서 수유를 해줘야 했고, 평안이가 자고 있거나 하면 유축을 해둬야 해서 통잠을 잘 수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었단다. 아마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수유를 위한 쉽지 않은 시간이 계속될 것 같아.


수술 4일 차

 4일 차 새벽 1시에 엄마는 평안이 모유수유를 하러 갔다가 아직은 젖병이 더 익숙한 평안이가 먹는 걸 거부하고 짜증내서 유축을 하고 잠들었어. 하지만 새벽 4시경 젖몸살로 깨면서 이제는 수술후유증에서 벗어나 통잠을 잘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단다. 아빠가 30분 정도 엄마의 가슴을 마사지해 주면서 뭉친 걸 풀어주고서야 다시 잠들 수 있었지.


 신생아가 생후 100일까지는 새벽에 수유를 위해 세 시간에 한번 정도 깬다는데 그게 바로 이런 느낌일까 싶다. 벌써부터 두려움이 살짝 생긴단다. 맞은편 병실의 산모는 엄마보다 하루빨리 출산했는데도 회복이 더딘 편인데 새벽 4시에 링거폴대를 끌고 다니며 복도를 걸으며 운동하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리고 있어.


 새벽 6시에 엄마 혈압을 재러 간호사가 들어왔는데 아빠는 전혀 일어나지 못했고, 아침 8시에 식사 온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깼단다. 아침을 먹고 8시 반에 신생아실에서 수유가 가능하냐고 물어왔지만, 엄마는 수술부위 소독을 하러 가야 했고 평안이는 그 잠깐의 배고픔을 기다릴 수가 없는 상태라 분유를 신생아실에서 먹였고, 엄마는 소독이 끝나고 바로 유축을 하러 가야 했어. 그리고 올라오자마자 병원에서 제공해 주는 피부관리와 샴푸서비스를 받으러 갔단다.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아서 혼자 샤워를 할 수가 없어서 병원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줬지. 끝나고는 다시 평안이 영양제를 사러 갔다가 다시 올라와서는 1시에 밥을 먹고 전문가에게 모유수유를 위한 가슴마사지를 받으러 가고, 2시 반에 수유콜이 와서 평안이 모유수유를 하러 갔어.


 정말 정신없이 바쁜 하루였단다. 하지만 더 큰 사건 하나가 엄마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지.


 저녁때 평안이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와서 야심 차게 수유도 하고, 여차하면 기저귀도 갈아보겠노라고 다짐했지. 하는 방법도 하나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어. 


 평안이를 데리고 병실로 올라오는데 이미 배고파서 울음이 터지기 시작했고, 오자마자 급하게 모유수유를 해보려 했지만 자세가 불편한지 잘 먹지 못해서 급한 대로 유축해 둔 모유를 먹이려고 했어. 처음에는 허겁지겁 먹는 듯싶다가도 자세가 불편한지, 아니면 이미 먹으려는 시도에 지쳐버렸는지 잘 먹지를 못하고 자꾸 잠들어 버렸어. 자세도 바꿔보고 30분 넘게 시도를 하는 중에 목에 힘이 없는 평안이의 목이 한번 살짝 뒤로 넘어갔는데 그 순간부터 엄마랑 아빠가 평안이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신생아실에 다시 데려다주려고 했어. 하지만 내려가는 길에 신생아실 간호사를 만나 약간의 교육을 받고 모유를 먹이니 신기하게도 평안이가 꿀떡꿀떡 잘 먹었어. 엄마 아빠의 기술이 부족했던 거지


 여기까지는 식은땀이 좀 나긴 했지만 봐줄 만한 수준이었어. 그 뒤로 평안이 사진도 찍고 잘 지내고 있었는데 기저귀를 갈 시간이 됐는지 울기 시작했어. 평소 같으면 그냥 신생아실에 내려보냈을 텐데 갑자기 부모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해서인지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해 봤지.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두 초보 엄마 아빠가 허둥지둥 기저귀를 가는데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단다. 변은 제대로 닦이지도 않고 옷에 묻고 난리였고, 평안이는 불편한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어. 그래서 기저귀 가는 것을 얼기설기 마무리하고 다시 신생아실로 보낼 수밖에 없었지


 그러고 나서 엄마아빠는 자책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단다. 괜히 의욕만 앞서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본적인 것도 찾아보지 않고 평안이를 힘들게 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의 눈물을 흘렸단다. 기저귀 갈겠다고 다리를 막 벌려서 혹시 다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평안이가 남들보다 조금 작게 태어난 것도 신경 쓰이고 그랬단다. 


 평안아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엄마 아빠도 부모가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을 거야. 그래도 평안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볼게


산부인과 입원실에서 엄마와 의기투합하며

- 아빠가


수술 5일 차

 엄마는 어젯밤 11시 유축, 새벽 2시 유축, 아침 7시 유축, 오전 10시에 직수시도를 하면서, 평안이의 식사를 챙기고자 부단하게 노력 중이란다


수술 6일 차(퇴원)

 엄마는 아침 8시 수술부위소독과 함께 페인버스터를 제거함으로써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던 각종장치와의 완전한 이별을 고했단다. 그리고 수납과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같은 조리원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던 와중에 또 엄마의 눈물을 쏙 뺀 일이 생겼단다. 


 병원 퇴원 직전에 신생아실에서 엄마의 핸드폰으로 급하게 연락이 왔어. 소아과 선생님이 회진을 돌다가 평안이의 어금니 쪽 잇몸에서 치아로 의심되는 것이 발견되어 급하게 치과를 다녀와야 된다고 했어. 진주종이면 상관이 없는데 치아일 경우 뽑아야 된다고 하셨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걱정을 하면서 아빠가 간호사와 평안이를 데리고 치과를 다녀왔어(생각해 보니 평안이의 세상 첫나들이를 아빠가 시켜줬구나!). 다행히 검진결과 치아는 아닌 것 같으니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는데 돌아와 보니 엄마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있었어. 따로 병원을 갈 정도이니 평안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혼자 엄청 걱정하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이제는 또 아빠랑 떨어져서 2주간의 조리원 생활을 해야 하니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


 그렇게 해프닝을 하나 또 겪고 엄마랑 아빠는 평안이를 데리고 옆 건물의 조리원으로 이동했어. 요새는 조리원에 아빠가 같이 들어가지 못해서 평안이는 엄마랑 2주를 지내다가 집에 오게 될 거야. 그동안 엄마랑 잘 지내고 푹 쉬다 오렴


- 평안이가 항상 보고 싶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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