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생활의 온도.

조명 하나 바꿔드렸는데.. 엄마의 밤이 달라졌다고한다.

by 조와와왈


조명 하나 바꿨을 뿐인데, 엄마의 밤이 달라졌다


얼마 전 부모님 댁에 들렀을 때였다.

엄마 방에 들어가자마자, 익숙한 풍경 속에서 묘하게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천장에 달린 예전 LED 방등이 약간 왔다 갔다하는 것 같기도하고 전등불빛이 균일하지 않았다.

“엄마, 조명 이거 많이 어둡지 않아요?”


그제야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좀 불편하기는 한데… 너무 밝은 것 보다는 오히려 나은 것 같기도 해서 그냥 쓰고 있었어.”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그냥 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그 말 속에는

느끼지 못한 불편함, 이미 적응해버린 불편함이 숨어 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 안타깝다.

왜 나이가 들면.. 불편함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인지..

그러고 보면 나도 그런 일들이 있는 것 같다.

원래 그냥 무뎌지는 건가..


나는 그날 바로 조명을 주문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리모컨 조절형 LED 방등.

빛의 색온도(주광색/주백색/전구색)와 밝기 단계까지 리모컨으로 전환 가능한 모델이었다.

타이머기능에 취침모드까지 있는데도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았다.


다음 날 설치가 끝나고 전구색으로 방을 환하게 밝혔을 때

엄마 얼굴이 환해졌다.

“와… 방이 이렇게 따뜻했나? 너무 좋다.”

저녁에는 취침등으로 바꾸고, 타이머를 30분으로 설정해두니 이리 저리 휴대전화로 뭘 보다가도 불이 꺼지면 일부러 소등에 맞춰 잠을 청하신단다.

“이거 너무 편하다. 이제 불 끄러 일어나지 않아도 되네. 고장났다고 진작 말할걸 그랬네. 고마워~~ ”


조명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이렇게 바꿔놓는다.



우리는 늘 빛 속에서 살고 있다


조명은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라고 말하지만

내가 봤을 때 조명은 ‘기분’을 디자인하는 장치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

불 꺼진 집 안에 들어섰을때 느껴지는 적막감과 외로움.

같은 집이라도 들어서는 순간이 환하게 빛으로 채워져 있을 때와 어둠이 깔렸을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이다.


빛이 밝으면 행동이 빨라지고,

빛이 따뜻하면 마음이 풀리고,

빛이 어두우면 외로움이 느껴지고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어르신들 댁에 가면 늘 어두컴컴하다.

눈이 부셔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사실은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불을 꺼둔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빈 공간에 불이 켜져있는 것은 그의 사전에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고령자의 집에서는 빛에 따른 효과가 더욱 극명하다.

심리 안정, 낙상 예방, 수면의 질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이 있다.

집안이 밝아지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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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온도(color temperature)


전구색(2700~3000K) : 따뜻하고 안정됨. 저녁·취침용.


주백색(4000~5000K) : 자연광에 가깝고 편안함. 일상생활용.


주광색(6000K 이상) : 밝고 선명하지만 피로도가 높을 수 있음. 낮 시간대 작업용.



나이가 들수록 파란빛(주광색)보다 따뜻한 빛에서

멀미·두통·불안감이 줄어든다는 연구는 이미 많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어르신 댁 조명을 전구색 또는 주백색으로 조정한다.

그 작은 변화 하나로 방이 ‘안정적인 장소’로 바뀐다.



● 밝기(lux)


거실: 150~300 lux


주방: 300~500 lux


욕실: 200~300 lux


침실: 100~150 lux



고령자가 가장 자주 다치는 장소가 ‘낮은 조도의 공간’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눈이 어두워지는데 집까지 어두우면, 사고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게다가 바닥에 장애물까지 많다면?.. 2차 사고는 피할 수 없다.



노년의 집에서 조명은 바로 ‘안전장치’ 이다.


집 안에서 발생하는 낙상의 60% 이상은

어둡고 그림자가 진 구간에서 일어난다.


특히 다음 네 곳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1. 침대 옆


밤중에 화장실 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조도가 낮고, 눈이 어둡고, 몸이 풀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들기 전 복용한 약이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 침대 옆 무드등

● 발밑 센서등


이 두 가지 조합만 있어도 사고 위험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2. 거실과 주방 사이


조명의 음영(그림자)이 생기는 대표 구간이다.

특히 식탁 밑, 쇼파 옆은 그림자와 밝기가 섞여

거리감이 왜곡되기 쉽다.



3. 욕실


습기 때문에 조명이 금방 약해진다.

욕실은 밝으면 밝을수록 좋다.

300 lux 이상은 유지해야 한다.

욕실에 조명을 등지고 서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보조조명을 두면 좋다.




4. 현관


신발을 갈아 신거나 서서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밝기는 안전과 직결된다.

주로 센서등을 설치해두는 경우가 많은데 움직임이 느린 고령자에게 센서등이 켜져 있는 시간은 너무 짧을 때가 많다.

불이 켜지게 하려고 움직임을 크게 하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



조명은 결국 ‘돌봄의 기술’이다


나는 효테리어를 하면서 반복해서 배운다.

사람을 돌보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의 불편함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다.

불편함은 결국 관찰에서 나온다.


조명은 그중에서도 가장 간단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다.


엄마 방의 조명이 바뀌고 난 뒤,

엄마는 매일 밤 리모컨을 쓸 때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낀다고 말씀하셨다.

본인도 모르게 “이 기능 너무 좋다”라고 한다나..

그 말 속에는 “나를 잘 보살펴줘서 고맙다”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나는 깨닫는다.

조명을 바꾼 건 비싼 인테리어가 아니라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곁에서 조금 더 존엄하게 만들어주는 작은 시도였다는 걸.


빛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공간은 결국 빛으로 완성된다.

조명은 단순히 인테리어의 장식이 아니라

생활의 안전을 돕는 장치이다.

노년의 집일수록 조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이유이다.


더 밝아서 잘 보이는 집


더 편안해지는 집


더 안전한 집


더 부드러운 마음이 흐르는 집



조명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매일 밤, 누워서 방등을 조정하는 엄마를 떠올린다.

그 부드러운 빛 아래서 엄마가 편안히 잠들기를 바라며

더 늦기 전에 내 방에도 조명을 갈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밝은 집은 오래 살게 하고,
따뜻한 집은 오래 머물게 한다.
그 둘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빛의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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