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토피아 Oct 07. 2021

노랑볏기번은 왜 배가 나왔을까

노랑볏기번의 볼록 배 진료기


 노랑 볏 기번의 배가 너무 불룩해요
라는 연락을 받고 동물사로 출동하였다.

  동물사에서 노랑 볏 기번을 보니 다른 개체와 비교해서 유난히 배가 둥근 수박처럼 나와있었다.

배가 불룩나온 노랑 볏 기번

노랑 볏 기번은 긴팔원숭이과에 속하며 암컷과 수컷의 털색이 다른데 암컷은 노랑색이고 수컷은 검정색이다.

긴팔원숭이 이름 그대로 매우 긴팔과 노래하는 듯한 울음 소리가 특징적이어서 노래하는 원숭이라고도 불린다.

보통은 기다란 팔과 함께 호리호리한 몸통을 가지고 있는데 이 노랑 볏 기번은 유난히 둥근 배가 눈에 띄었다.

볼록 나온 배가 무거워서인지 다른 개체들 보다 움직임이 느리고 표정도 다소 우울해 보였다.


" 암컷인데 혹시 임신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라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배가 나온 기간이 긴팔원숭이의 평균적인 임신기간 (약 6개월) 보다 더 나와있었고, 나이도 많아 임신 가능성이 낮은 상태라는 대답을 들었다.

동물들이 배가 볼록 나올 수 있는 주요 이유는 비만, 복수, 고창증(위장관내 가스가 차는 증상) 그리고 종양이다.

눈으로만 보고는 원인이 무엇인줄 모르기 때문에 검사을 위해 마취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노랑 볏 기번 같은 긴팔원숭이들은 팔다리가 가늘고 길어서 마취 주사기를 맞출 근육이 별로없다. 요리조리 빠르게 날아오는 주사기를 피해버리고 심지어 손으로 날아오는 주사기를 쳐서 막아내는 경우도 있어서 동물원에서 마취하기 어려운 동물로 손꼽히는 동물이었다.

이렇게 재빠른 동물을 바로 마취를 하기는 어려워서 먼저 진정제를 먹이기로 했다.

진정제를 먹으면 보통 30분 뒤에 졸리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진정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진료팀이 마취를하기 30분 전이 미리 진정제를 넣은 바나나를 먹이기로 하였다.

진정제를 먹었다는 연락을 받고 30분 뒤 마취를 하러가니 마침 노랑 볏 기번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순간 블로우파이프로 마취주사기를 쏴서 노랑볏기번을 마취시켰다.

진정제 덕분에 수월하게 노랑볏기번을 마취시킨 후 동물병원으로 이송하였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복부 내에 커다란 종괴가 있어서 다른 내부 장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 였다.

초음파 검사를 하니 노랑 볏기번이 배가 불룩한 이유는 종양, 즉 암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초음파 검사를 받는 노랑 볏 기번

종양의 크기는 기번의 배의 3분의2를 넘게 차지할정도로 매우 큰 상태였다.

종양이 이렇게 커지면 간이나 위장관 같은 다른 장기를 압박하여 장기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종양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장 수술을 하기에는 마취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수술은 다음날 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술 날,노랑 볏 기번의 복강에서 종양을 제거했는데 종양의 크기가 매우 커서 어려웠던 수술이었다.

그래도 다행이 노랑 볏 기번이 수술 후 무사히 깨어났고 회복 할 때 까지 입원을 하기로 하였다.

수술 후 다음 날까지는 수술 부위가 아파서 그런지 식욕도 없도 하였지만 그 다음날 부터 먹이도 곧잘 먹었다.

입원 후 5일 정도 되자 노랑 볏 기번 특유의 노래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울기시작 하였다.

입원 중에는 매일 주사를 해주고 수술한 부위의 붕대를 갈아주었다.

수술 후 붕대를 한 노랑볏기번

노랑 볏 기번 같은 긴팔원숭이는 체구는 작지만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팔힘도 세며 공격성도 높기때문에 평소같으면 마취없이 붕대를 갈거나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노랑볏기번은 수술 후 기운이 없어서 인지 성격이 순한 것인지 크게 공격적이지 않아서 다행이도 마취없이 붕대도 갈아줄 수 있었다.  

기번을 데리고 동물병원 내를 잠시 산책도 시킬 수 있었다.

 

손을 잡고 산책을 가는 노랑 볏 기번

그런 무던한 성격 덕분인 복강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거대한 종양을 떼어내는 큰 수술을 한 뒤에도 노랑 볏기번은 무사히 회복을 해냈다.

몇 일 뒤 수술한 부위도 많이 아물어서 노랑 볏 기번은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무거웠던 종양 덩어리를 떼어내니 몸이 가벼워진 듯 노랑볏 기번은 노래를 부르며 동물사를 이전보다 더 빠르고 쾌활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배 속에 무거운 종양 덩어리를 달고 다니느라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노랑 볏 기번의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힘들고 아픈 수술을 이겨낸 노랑 볏 기번이 대견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청량한 새소리 같은 울음소리과 쾌활한 모습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 03화 2.5g 초미니 금개구리 진료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