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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이야기: 사라지는 얼음 나라의 왕

by 주토피아
지구 반대편 북극의 하얗고 멋진 동물, 북극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북극곰은 얼음 위에 사는 곰’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북극곰은 ‘바다의 곰’이라는 뜻의 학명을 가질 만큼 바다 위 얼음, 즉 해빙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냅니다. 해빙은 북극곰에게는 사냥터이자, 놀이터이자, 집입니다. 마치 우리에게는 학교나 집, 공원처럼 소중한 공간입니다.

하얀 해빙 위의 하얀 북극곰

그런데 최근 북극곰의 생존이 점점 위험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편안한 집이 사라지는 것처럼, 북극곰의 소중한 해빙이 점점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고, 이로 인해 북극곰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해빙이 없는 세상에 갇혀버린 것과 같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북극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와도 깊이 연결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북극곰은 체구가 매우 커서 수컷은 몸길이 약 2.4 ~ 3.0 미터에 체중이 350 ~ 700 킬로그램에 달합니다. 암컷은 그보다 작지만 그래도 약 1.8 ~ 2.4 미터의 몸길이와 150 ~ 250 킬로그램의 체중을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하얀 털은 사실 투명한 속이 빈 털입니다. 이 털은 햇빛을 반사하여 하얗게 보이지만, 사실 북극곰의 피부는 검은색이라 햇빛을 잘 흡수하여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습니다. 북극곰은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놀라운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꺼운 지방층과 빽빽한 털은 이중으로 단열재 역할을 하여 체온을 유지해 줍니다. 특히, 겉털 아래에 있는 속털은 공기를 가두어 보온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또한, 발바닥에는 작은 돌기가 있어 미끄러운 얼음 위를 잘 걸을 수 있고, 물갈퀴가 있는 커다란 발은 수영을 할 때 추진력을 높여줍니다. 이러한 완벽한 신체 조건에도 불구하고, 해빙이 사라지는 현실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있습니다.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주 먹이인 바다표범을 사냥합니다. 바다표범은 몸에 지방이 많아서 북극곰이 추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제공해 줍니다. 북극곰은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민첩하게 움직여 해빙의 갈라진 틈 사이로 숨을 쉬러 올라오는 바다표범을 덮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합니다. 이는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 온 그들만의 생존 방식입니다. 해빙이 녹아버리면서 북극곰은 사냥할 공간을 잃었습니다. 얼음 위를 뛰어다니며 사냥하던 북극곰이 이제는 넓은 바다를 헤엄쳐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북극곰은 육지에서 생활하는 친척인 불곰과 달리, 긴 목과 유선형의 몸, 그리고 물갈퀴가 있는 커다란 발을 가지고 있어 수영에 능숙한 편입니다. 하지만 수영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북극곰이 육지에서 걷는 것보다 바다에서 수영할 때 약 5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헤엄치는 동안에는 먹이를 잡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북극곰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됩니다. 얼음이 없는 기간 동안 북극곰의 체중이 하루에 1kg씩이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여러분이 한 끼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힘든 일입니다.

하루에 1kg씩 몸무게가 줄어든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북극곰들은 바로 그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북극곰들은 먹을 것을 찾아 사람의 마을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을 보면 피하던 북극곰들이 이제는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인간에게 다가가야 하는 슬픈 현실에 놓였습니다해빙의 감소는 북극곰의 굶주림 문제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북극곰들은 주로 봄과 초여름에 지방이 풍부한 바다표범을 사냥하여 에너지를 비축합니다. 하지만 해빙이 녹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얼음이 다시 어는 시기는 늦어지면서, 북극곰이 충분한 먹이를 비축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엄마 북극곰의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새끼를 낳지 못하거나, 낳아도 제대로 키우지 못해 새끼들의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수컷 북극곰이 굶주림에 못 이겨 암컷이나 새끼를 공격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먹이 부족을 넘어, 종족 보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우 희귀한 현상까지 불러왔습니다. 바로 북극곰과 회색곰 사이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잡종, '피즐리(Pizzly) 곰' 또는 '그롤라(Grolar) 곰'의 등장입니다. 이 이름은 북극곰(Polar Bear)과 회색곰(Grizzly Bear)의 이름을 합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곰의 삶의 터전인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들은 먹이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회색곰들의 서식지와 만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만날 일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영역이 겹치면서 짝짓기를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즐리 곰은 북극곰과 회색곰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대체로 하얀 털에 회색이나 갈색 얼룩이 섞여 있고, 긴 목은 북극곰을 닮았지만, 발톱은 회색곰처럼 길고 튼튼하다고 합니다. 이 하이브리드 종의 등장은 단순한 신기한 일이 아니라, 자연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슬픈 경고입니다.

북극곰과 회색곰의 잡종, 피즐리 곰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종과 교배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극곰은 단순히 귀여운 동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북극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북극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마치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 중 하나가 기능을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가 뜨거워진다면, 2050년까지 북극곰 개체수가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극의 왕’이라 불리던 멋진 북극곰들이 우리 세대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입니다. 그러나 북극곰의 위기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하여 전 세계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고, 북극의 차가운 바닷물이 순환을 방해하여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북극곰은 우리에게 더 큰 재앙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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