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요일 밤의 약속
이날은 송도에서 보기로 오래전부터 약속한 터였다. 회사의 면접이 송도 인근에서 치뤄지고 나는 면접관으로 참석을 하게 되어있다. 그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송도 여행 컨텐츠를 만들었고 송도에서 보는 일몰과 야경이 예쁘다고 여러차례 나에게 얘기했다.
송도는 뉴욕과 이름이 똑같은 센트럴파크와 쭉쭉 뻗은 수려한 건축물이 돋보이는 투모로우 시티 등으로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그녀는 강남에서 한 시간도 넘게 걸리는 이곳을 좌석버스를 타고 혼자 갔었다고 했다.
수상택시와 모터보트를 보며 베네치아를 느꼈다고도 했다. 단단히 눈에 이탈리아 콩깍지가 씌어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콩깍지가 씌어 자꾸만 그녀의 매력에 눈멀게 된다.
며칠을 앞두고 그녀는 계획을 짜는 듯 이것 저것을 물어본다.
"차는 가지고 가느냐?", " 차는 계속 회사에 주차해 둬도 되느냐? " 등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주차문제부터 챙긴다. 그런 것 쯤이야 남자인 내가 알아보면 될 텐데도 꼼꼼하게 동선까지 체크하고 있는 눈치이다.
그리고 멋진 전망의 사진을 보내온다. 파노라믹 65라는 곳으로 휘황찬란한 뷰를 고층의 통창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말한다. 호텔이라 혹 내가 부담될까봐 와인무제한에 5만9천원이라고 가격까지 안내한다.
“ 너무 좋아서 어떡하지”
하며 춤추는 이모티콘을 보낸다.
잘 나가다 그만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아재같은 제안을 하고 만다.
“송도에 간장게장 맛집이 있는데 거기서 저녁을 먹고 바(bar)로 가면 어떨까?”
“바에서 와인과 음식이 무제한 제공되니까 밥 안 먹어도 되.”
본전도 못 찾고 바로 짤린 제안에 살짝 찡그러진 자존심, 간장게장 맛있는데…
한편으로 그녀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니 이해가 된다. 게장에 전망이 있나, 멋이 있나, 공간이 있나.
손으로 먹자니 불편하고 씹고 뱉으니 모양 빠지고 냄새는 안 빠지고 키스할 때 비리기만 하지.
어쩌면 본인이 바에 가고 싶기 보다는 나와 함께 꼭 그곳에 가고 싶다는 그런 열망일 것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녀가 정하는 대로 순순히 따르기로 결심한다. 주도권을 못 잡는 것 같아 살짝 구겨진 마음도 있다. ‘ ' 나는 그녀에게 선택 받은 사람이니까~ 괜찮아.'
하루가 지나고 보니 아무래도 말한 것이 다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또 있는 거 같은데 알 수가 없다.
“ 클루를 조금만 주면 안될까?
아무래도 계획 다 세워놓은 것 같은데~ ”
“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다 ”
역시나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불안해서가 아니라 궁금해서 못참겠다. 빨리 미스테리를 풀고 싶은데.
사실은 미스테리를 풀고 싶기 보다는 옷을 풀어보고 싶은 거라는 거 인정한다.
갑자기 그녀가 메일 주소를 물어본다.
나한테 이메일로 미션을 보내려는 건가?
자꾸만 미궁 속으로 빠지는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다.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연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소설'이라는 제목이다.
첨부파일을 여니 우리의 연애사가 빼곡히 기록되어있다.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촌철살인적인 비유와 은유로 가득한 지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녀를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나는 쿵쾅대는 심장을 달랠 길이 없다.
숨구멍까지 차오르는 열기를 참지 못하고 질식해 죽을 것만 같다.
그녀는 과연 인화성 폭발물이었다.
화기에 가까이 두면 안되는 위험물질이었다.
나는 먼저 안전핀을 풀었다. 휴대용 작은 소화기로 급한 불을 꺼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녀는 이미 내 마음을 아니 내 욕망을 다 꿰뚫고 있었다.
금요일 하루 전, 이브가 되자 그녀는 이브가 되기로 결심한 듯 자신의 계획을 공개한다.
D-day 13일 금요일 밤
‘금지된 밤의 욕망이 열린다.’
두근두근 언박싱 (unboxing)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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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좋은 방, 뉴욕의 감성으로 센트럴파크를 바라보는 황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나에게 호텔을 예약하라는 미션을 부과한 것이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광클릭, 결제를 완료한다.
내가 어찌 거부할 수 있으리요. 말 잘들어야지, 그래야 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