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리뷰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그 아이가 왜 자꾸 이 땅에 태어나는지 나는 알 것 같다고 동훈은 정희에게 말했다. 여기가 집이 아닌데 집인 줄 알고 삼 만년이나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지안을 바래다 줄 때 지안은 자신의 나이가 삼만 살이라고 했다. 육십년씩 오백 번 정도 다시 태어났다면 삼천 살이라고 하자 동훈이 삼만 살이라고 고쳐준다. 지안은 그렇게 삼만 년이나 이곳이 집인 줄 알고 다시 태어난 셈이다.
그런 지안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정희는 알고 있다. 옆에 있는 동훈에게 정희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라며 노래를 부른다.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사랑할 때 집으로 갈 수 있다.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은 사랑으로 피어난 장미 꽃밭이다.
석 달 전부터 팟캐스트에 심리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그곳에 출연한 가수 드레인은 ‘나의 어저씨’편에서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알 것 같다며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답다. 울컥 뭔지 모를 감정이 올라왔다. 맞다! 사랑이 우리 존재 이유다.
74년생 동훈은 자신과 같은 나이의 건물에 애착이 있다. 복개천 위에 세워진 건물은 헐리면 다시 세울 수 없다. 그런 건물을 바라보며 동훈은 나처럼 터를 잘못 잡았다고 애처로워 한다. 나도 지구에 잘못 태어난 거지. 혼잣말은 서럽다.
인생은 편도 여행이다. 모질고 험한 길이다. 때로 답이 없어 보여 한숨이 절로 나온다. 기막힌 일을 당하고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천상병 시인이 아름답게 읊었듯이 세상살이는 ‘아름다운 소풍’이다. 이 소풍이 끝나는 날 시인은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고백한다.
나는 백만송이 장미를 피울 수 있을까? 아낌없이 사랑을 주다 갈 수 있을까? 벚꽃이 화사하게 핀 봄 햇살 가득한 길을 걸으며 난 내가 걸어온 길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