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리뷰
요사이 JTBC 드라마가 심상치 않다. 드라마 '괴물'은 '마피아 게임'의 고급스러운 드라마 버전이었다면 '로스쿨'은 한국인들의 학력 콤플렉스를 자극할 캠퍼스 로맨스물인 줄 알고 뚜껑을 열어보니 웰메이드급 드라마였다. 보고 또 봐도 잘 만들었다.
로스쿨은 캠퍼스물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미스터리물. 전직 검사이자 지금은 한국대 로스쿨에서 형법을 교수하는 양종훈이 중심인물이다. 양종훈은 검사 선배이자 거물 법조인 서병주와 앙숙이다. 서병주는 대권주자인 막역지우 고형수에게 뇌물을 받아먹고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재판 때문에 양종훈은 법복을 벗고 한국대 로스쿨 교수가 된다. 서병주의 말대로 법은 불공평한 것인지 고형수와 양종훈은 승승장구한다. 시간이 지나 거물 법조인이 된 서병주는 막대한 금액을 한국대 로스쿨에 기부하여 숙원사업인 모의법정을 세운다. 양종훈은 이제 로스쿨의 실세가 되어 돌아온 서병주와 동료 교수로서 조우한다.
법정이 아닌 로스쿨에서 만난 서병주와 양종훈은 앙금이 남아 있는 채로 서로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세운 모의법정에서 서병주는 강제로 약물을 주입당한 채 살해당한다. '마피아 게임'식으로 범인을 찾아 나가는 스토리가 한동안 지속되다가 양종훈이 범인으로 최종 낙점! 드라마 내공이 벌써 수십 년이다 보니 이 대목에서 '아, 이 인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위기를 벗어나겠구나!' 이 정도 예상하다가 갈수록 팝콘각에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매회 본방 사수. 하여간 글 잘 쓰는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스토리를 풀어간다. 그냥 맛집인 줄 알았는데 대박집 찾은 기분을 느끼며 즐겁게 감상.
양종훈이 범인으로 의심받는 서병주 살인사건을 중심축으로 고형수와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인물들이 하나씩 등판하여 크고 작은 사건들이 전개되는 대환장 스토리. 이건 뭐 무라카미 하루키식 전개 아냐? 밑도 끝도 없이 느낌적인 느낌이 그랬다. 어디선가 하루키는 도스토옙스키와 레이먼드 챈들러를 조합하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그 얘기만 듣고 무작정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정말 기나길게 붙들고 읽었더란다. 처음에는 책장이 안 넘어가 살짝 짜증이 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들이 딱딱 들어맞으며 긴 여운을 남기는 통에 한동안 스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후유증을 앓았다. 하루키 땡큐! 로스쿨도 그못지 않게 끝내주는 스토리다.
로스쿨의 작가님은 스피디하게 살인사건을 따라가며 미스터리를 풀어가다가 중간중간 '법'으로 현시대의 이슈를 건드린다. 이 대목을 좀 과하게 말하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지독하게 파고들어 간 도스토옙스키의 향기가 난다. 어쨌든 질문이 샘솟게 만드는 드라마. 이런 경험은 흔치 않다. 읽다가 질문이 떠오르게 만드는 책도 드문 시절에 드라마를 보고 질문을 떠올리다니! 역시 난 드라마 덕후. 물론 작가가 열 일 했다!!
스토리와 감상평은 여기까지!! 16부작 로스쿨 지금 가서 시청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