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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락 Feb 22. 2022

거리조절

#스물다섯, 스물하나

펜싱에서는 거리조절이 중요하다. 선수가 아니어도 상식 수준에서 납득된다. 관계에서도 거리조절은 필수다. 그 필수과목을 난 무수히 낙제했다.


이유는 많다. 겁이 나고 왠지 안 된다는 말을 하기도 힘든 탓이다. 이런 NO를 못하는 내 사정을 알고 나면 가여워하는 동시에 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꽤 된다.


난 굳이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으니 급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어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그게 너무 무겁다는 사실이다. 다 내려놓고 한적한 곳에 가서 한 계절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는 자신은 펜싱에서도 관계에서도 거리조절에 실패했다고 백이진에게 고백한다.


열여덟 청춘은 그렇게 자신이 꿈꾸는 일에서 관계를 발견한다. 좋은 이야기는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손님 같다. 어느 강의실에서도 들을 수 없는 삶의 진실을 드라마에서 마주할 때 그저 만들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안 된다는 점에서 흡사 예술에 가깝다. 말로 표현은 안 되나 생활의 기술로 드러나는 그것은 차라리 예술이다.


꽈배기를 한 손으로 잡아 기름솥에 넣는 그 현란한 기술에 감탄하며 예술이다라는 말을 연신 쏟아놓는 그 방송 리포터의 감탄이 관계의 기술을 써먹는 사람들을 볼 때도 튀어나온다.


어쩜 그 순간에 소금을 치듯 맛깔나게 한 마디로 사람의 기분을 업시키는지 돈 주고라도 배우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관계를 풍성히 가꾸어 가는 마음의 정원사들이 있다.


나이 들어감이 두려운 까닭은 내가 싫어했던 그 어른 같지 않은 어른의 모습이 나에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드러내 놓고 얘기하기 불편한 감정들을 숨기며 애써 괜찮은 척 압력밥솥에 가득 차오른 공기압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그 일촉즉발의 상황들을 모면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잔기술을 쓰듯 오피셜 한 평가인 듯 상대를 돌려가기 할 때 나는 그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나무란 것일 뿐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고 스스로 두둔한다.


껍데기는 가라 했던가! 시인의 의도야 어떠하냐 상관없이 껍데기를 날려 버리고 싶다. 자꾸 숲이 나로 살라고 부른다. 강이 나를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바다는 한술 더 떠 배를 띄우라고 무작정 바다로 나오라고 유혹한다. 답답한 세상 버려두고 숲으로 바다로 나가 살고 싶다.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마음의 외침으로만 이 글이 남아 있기를.

거짓말!

읽고 환호해 주길.

맞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확인하고 안정되어 가라앉고 싶은 이 심정.

너는 괜찮다, 살아도 된다는 세상의 허락.

피고 지고 고드는 .

한낮에 햇살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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