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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23. 2023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27


1.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서른 살까지 사는 것이 꿈이었다. 선천성심장병 환자로 태어났다. 아무도 몰랐다. 나 홀로 알았다. 나는 달리기를 못했다. 가슴이 아파서 달릴 수 없었다. 운동을 하면 좋아질 것 같았다. 남몰래 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달빛 아래서 별빛을 토하며 돌았다. 왼쪽 가슴이 더욱 아팠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없었다. 체육책에서 읽었다. 심장병이라고 하였다.    

 

누나와 형들은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돈을 벌어야만 했다. 나는 중학교에 가고 싶었다. 나도 돈을 벌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게질을 하였다. 오리를 많이 길렀다. 오리를 늘리기 위하여 닭도 길렀다. 집오리들은 자신의 알을 품지 못했다. 닭을 길렀다. 달걀과 함께 오리 알을 품게 했다. 어미닭에게 미안했지만 나는 오리를 길러야만 했다. 오리 알은 나를 중학교에 입학시켰다. 닭들은 낮에 알을 낳지만 오리들은 밤에 알을 낳았다.     

나는 중학교에 가려고 저축부장이 되었다. 나의 통장에는 오리 알들이 쌓였다. 그 통장을 들고 곡성 읍내에 남몰래 갔다. 늙은 의사는 선천성심장병이라고 말했다. 혹시 몰라 광주까지 남몰래 갔다. 거기서도 심장판막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너무 불쌍했다. 나의 심장병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를 수술시키지 못하는 어머니 마음이 너무 아플 것만 같았다.     

육영수여사님께서 심장재단을 만들어 홍보하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술도 잘하지 못했다. 외국에서 수술을 받고 돌아오는 아이들이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나왔다. 방직공장에 취직한 누나가 보내준 흑백텔레비전 화면에도 자주 나왔다. 가족들과 함께 끝까지 볼 수 없었다. 나는 먼 들판으로 뛰쳐나가 홀로 울었다. 달빛과 별빛이 함께 젖었다. 달도 별도 함께 붉어졌다. 짚비늘의 볏짚으로 방을 만들어 누웠다. 밤새 나 홀로 젖는 날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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