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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24. 2023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너에게 나를 보낸다 28


3.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 분노한 사람들과, 한 때의 실수 때문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산에 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에도, 또 다른 희망의 나무를 심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자연의 큰 거울 앞에서, 희망을 되찾은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 내가 함께 심었던, 그들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안부 편지와 함께 가끔 보내주고 싶다.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자라나는 나무를, 보기 위하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올 수 없더라도, 늘 가슴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자신의 나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끝끝내, 함께 가야 할 길, 겨울이 깊을수록, 더 잘 보이는 길, 실패한 사람을, 함께 이끌어주고,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워주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는 정말 좋겠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에는 언제나 숲이 있다. 사람은 나무로 태어나서 나무로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어도공화국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나무 한 그루 심는다. 나무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 아이는 자신의 나무에게 물을 주며 나무와 함께 자란다. 자신의 나무와 대화를 하면서 함께 자란다. 슬픈 일이 있으면 자신의 나무를 찾아와 하소연을 하기도 하고 기븐 일이 있으면 자신의 나무에게 노래도 불러준다. 그렇게 나무와 한 영혼이 된다. 성년이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한 그루 더 심고 가꾼다. 그렇게 두 그루의 나무와 함께 살다가 죽음 앞에서 한 그루 나무를 베어 자신의 책을 한 권 만든다. 그 아름다운 숲에는 도서관이 있다. 그 아름다운 숲에는 무덤 대신에 죽은 사람들의 책이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죽은 육신은 나머지 한 그루 아래로 돌아가 나무로 부활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 사람들은 모두가 나무로 태어나서 나무로 돌아간다. 후손들은 가끔 숲에 돌아와 선조들의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심심하면 도서관에서 선조들이 남긴 책을 읽는다. 선조들의 나뭇잎을 주워 선조들의 책갈피에 꽂아두기도 한다. 우리들의 장례문화도이제는 그렇게 숲에서 숲으로 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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