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돌개는 아무리 보아도 외롭지는 않으리라
외롭게 홀로 서 있는 기둥이 아니로구나
개는 포구이니 드나드는 사연도 많겠구나
주위에는 온통 이웃들로 가득하니 좋겠구나
미소가 아름다워 바람의 사랑까지 묶는 말뚝이구나
내가 살았던 이어도와는 참으로 많이 다르구나
여섬이 이어도가 되었으니 고독의 섬이었구나
얼마나 외로웠으면 바람 부는 날 배를 삼켰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섬 하나 보이지 않는 수평선뿐,
하늘에 떠 가는 구름은 붙잡을 수 없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래도 가끔 놀아주는 물고기들 있어
아예 고개까지 물속으로 돌려서 살았던 긴 세월
어쩌면 주소가 없어서, 이름이 없어서 그랬을까
서귀포시 대정읍 이어리 용궁 1번지라 불러본다
제주 올레길 7코스의 시작점인 외돌개는 바다에서 20m 높이로 솟아난 형상의 돌기둥이다. 바다 위에 홀로 우뚝 서있어 ‘외돌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장군석’, ‘할망 바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최영장군이 원나라와 싸울 때, 이 바위를 장군처럼 꾸며 놓아 적군을 자멸하게 했다는 설화가 있다. '할망바위'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래의 전설을 읽어보자. 눈에 보이는 암석뿐만 아니라 바다 사람을 기다리던 제주 사람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이 돌기둥은 화산이 폭발할 때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의 암석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고 이렇게 강한 암석만 남아 있는 굴뚝 형태의 돌기둥을 과학 용어로는 시스텍 (sea stack)이라 한다. 외돌개의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인상을 준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멋진 경관을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의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곳이다. 넓은 바다 위에 홀로 서 있지만, 우직하면서도 조화로운 느낌을 주는 외돌개는 제주를 여행하며 한 번쯤 꼭 들러 볼만한 곳으로 추천된다.
외돌개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옛날 서귀포에는 바닷 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이좋은 한 노부부가 살았다. 거친 바다를 마다하지 않고 노부부는 나가서 일을 했다. 하루는 바다도 잔잔한 것이 배를 띄우기에 적당한 날이었다.
“하르방, 바당에 강 하영 잡앙 옵써예.”
“경허주. 오늘은 날도 좋으난 고기 하영 잡히커라.”
이렇게 할아버지는 채비를 마치고 바다로 나갔다. 바다에 나가니 아닌 게 아니라 고기가 떼로 다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는 흥겹게 고기를 끌어올렸다. 돌아가서 할머니에게 많은 고기를 자랑할 생각에 신이 나서 일을 하다 오랜만에 만난 만선이 너무 기뻐 돌아오는 시간을 살짝 넘기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서둘러 배를 돌려 섬으로 돌아오려는데, 그만 풍랑을 만나고 말았다. 만선으로 돌아올 할아버지가 늦어지자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의 기다림도 뒤로 한 채 할아버지도, 배도, 그 많은 고기도 바다 깊이 끝도 없이 빠져 들고 말았다. 다시 날이 밝아도, 또 많은 날이 밝았다 다시 어두워져도 영영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애타게 부르다 돌이 되고 말았다. 그 할머니가 돌로 굳어 외돌개가 되었다는 옛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그래서 외돌개를 살짝 옆으로 보면 먼바다를 보며 애타게 할아버지를 부르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르바앙~, 하르바아~ㅇ.”
아직도 어느 곳에서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애타게 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파도는 그 이름을 산산이 부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