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순례 01 01화

키스와 생명의 나무

― 신병은 시인의 『키스』를 읽고

by 강산




키스와 생명의 나무

― 신병은 시인의 『키스』를 읽고




신병은 시인의 키스를 읽으면

생명의 나무에 사랑이 열린다

적막한 사랑도 꽃으로 피어난다

고요한 그리움도 생명으로 핀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라


남자가 고개를 들면

남자의 목은 화면 밖으로 잘려나간다

남자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여자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


여자가 무릎을 꿇은 것은

소극적인 사랑이어서가 아니다

완전한 꽃이 되기 위하여

다리를 땅에 묻어버린 것이다


완전한 꽃의 사랑은

떠나는 발이 지워졌을 때

비로소 열매를 낳을 수 있다

사랑의 부활을 경험할 수 있다


클림트의 키스는 사랑의 씨앗이다


여자의 발은 기어이

씨앗을 뚫고 나오는 뿌리다

절벽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생명의 나무를 영원히 살리는 뿌리다


당신은 아직도 생명의 나무에서

기다리고 있나요 충만함으로 꽃 피나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적막하다고

혼잣말로 운을 떼었을 뿐인데


고요의

한발 깊이로 디밀었던

당신


그날

온통 꽃이셨지요


계간 《문학청춘》 2018년 겨울호 신병은




키스



귓불을 스친 그 바람이 수상하다

모둠발로 엿보던 그 눈길이 수상하다

허리춤 휘감아오던 그 손길이 수상하다

고 생각하는 순간,

화락 디밀고 들어온 그대 아니던가요

그때 그대도 물길로 열렸을까요

함께 출렁였을까요


아릿한 현기증이 수상하다

식물성 풀벌레소리가 수상하다

상큼발랄한 바람의 화법이 수상하다

고 생각하는 순간,

마구 아찔한 유혹에 젖던 그대 아니던가요

그때 그대도 꽃이었을까요

함께 고요했을까요


적막하다고

그립다고

혼잣말로 운을 떼었을 뿐인데

불쑥 한발의 깊이로 디밀었던 당신

그날, 온통 꽃이었지요


신병은 시집 『키스』 2021년 현대시학




클림트 키스.jpg
생명의 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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