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사장님이 되었다.

돈 안 되는 짓만 골라하는 마흔.

by 김블리

어디서 들은 적 있다.

사십대가 사회적 인정도 연륜도 쌓여 가장 돈을 잘 버는 시기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어리숙하고,

돈 안되는 짓만 골라하는 금쪽이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벼룩시장 셀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집에 쌓아둔 중고물품을 슬쩍 털어낼 수 있겠단 계산으로 큰 고민없이 신청했다. 물론 재미도 있을 것 같았고.


내가 지은 상점 이름은 '어제의 보물'.


뭔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어제의 보물이라니. '내 보물을 당신이 가져가 <오늘의 보물>로 만들어보세요!'...요런 의미가 담겨있다.


행사 전날, 어떤 물건들을 내놓을지 고민하고 가격을 책정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당일날, 짐을 이고 지며 부지런히 행사장에 도착해 물건 세팅을 마쳤다. 하지만 평일 낮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조금씩 조급해졌다.

이대로라면 가져온 물건들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에 물건 값을 내리기 시작했다.


만원이던 올스텐 믹서기는 오천 원으로.

칠천 원 붙였던 가방들도 오천 원으로.

그외에도 절반이상으로 내렸다.


그와중에 가장 인기 있던 건, 오가닉천으로 만든 강아지 장난감들이었다. 단돈 천 원에 판매했는데 사람들이 오가며 부담없이 사갔다.


그렇게 3시간 동안 이것저것 팔다보니 총 매출은 19,000원. 판매하는 동안 목말라서 산 식혜, 버거킹에서 사온 소프트 아이스크림. 게다가 행사가 끝난 뒤, 옛날통닭을 포장해 집에 와서 뜯어먹고 나니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없다시피이다. 심지어 그날은 더운 가운데 몸을 움직였더니, 저녁에는 몸살기운이 살짝 돌았다.


'나 뭐 한 거지.'


애초에 돈을 벌자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약간 맥이 빠졌다.


그래도 나름 낭만이 있었으니 값진 경험...

이라고 억지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시작은 낭만이었지도 모르나, 끝은 현실이었으니.


돈이 되는 일과

내게 의미 있는 일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내가 하는 '돈 안 되는 짓들'이야말로 진짜 나다운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 잘 모르겠다.

아직 나는 길을 잃고 있는 중이다.


*


'어제의 보물'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의 설렘, 물건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배치할 때의 기대감, 누군가 내 물건을 들여다보고 고민할 때의 떨림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으니 완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겠지.


그래도 일단 그날 저녁에 먹었던 통닭은 진짜 미친듯이 맛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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