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그 밤,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다

by Helen Lee

65마일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었다.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내비게이션과 무섭게 추격해 오는 뒤 차를 번갈아 살피며 간신히 저속 구간으로 진입했다. 고속도로에서 일단 빠져나가야 했다.


평상시라면 개의 타운을 지나 1차선 도로로 15분이면 도착하는 길이었다. 멀리 돌아가는 길이 미심쩍었지만 내비게이션은 여전히 이 길이 맞다며 직진이라고 안내했다.


35마일, 55마일을 지나 65마일 구간에 이르자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만큼이나 심장도 쿵쾅대기 시작했다. 사방은 벌써 어둑어둑해졌고 우리는 뉴저지 주경계선을 벗어나는 중이었다. 옆자리 아들은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엄마만 믿고 코까지 고는 평온한 얼굴을 보니 먹먹함이 몰려왔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너를 데리고 가야 할 텐데..책임감이 나를 더 옥죄었다.


한참을 더 달린 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속도제한 35마일 표지판을 보니 숨이 좀 쉬어졌다.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구글맵을 다시 확인했다. 여긴 어디며, 왜 내비게이션은 나를 이곳으로 데려 온 걸까? 이유를 찾은 순간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내가 찍은 목적지는 뉴저지가 아닌 뉴욕에 위치한 동일한 이름을 가진 태권도 도장이었다.


며칠 전 폭우로 호수가 범람해 도로가 통제됐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가는 다른 경로를 선택했는데 주소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방송작가 시절부터 더블체크가 습관이 되었다고 믿었는데, 잘 아는 길이라고 방심한 댓가는 너무 컸다.


이미 40분 넘게 도로에서 시간을 소비했다. 주소를 검색하니 원래 목적지까지는 15분 남짓. 다행히 집에서 일찍 나선 덕분에 간신히 시간을 만회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잠이 깬 아들은 상황을 전해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겨우 10분 늦었어요. 걱정 마세요. 쉬고 계세요."


그 너털웃음이 위로가 되었다. 유쾌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오늘의 해프닝을 곱씹었다.

내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은 반복되겠구나. 길을 잃은 건 네비게이션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 방심할 때, 자신감이 과신으로 변할 때 길은 쉽게 빗나가곤 했다.


밤이 깊어가는 주차장, 차 안에 홀로 앉아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교훈 하나를 깊이 새겼다. 외국 생활에서는 더 조심하고, 과신보다 '확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의 메시지

아는 길도 두 번 확인하고 모든 메시지를 끝까지 정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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