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 떠났던 뉴욕이란 곳에 자리를 잡고 살기로 한 동생에게 왜 그곳에 살기로 했냐며, 뉴욕이 뭐가 좋은지 물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커리어를 쌓고 자리를 잡은 탓도 있었겠지만, 동생은 뉴욕에서는 남들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어 자유롭고 좋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고 다니든, 어떤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동생은 대학 다닐 때 한창 패션에 눈을 떴던 건지는 몰라도, 내 눈엔 그냥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안 입을 것 같은 참으로 이상한 옷을 많이 입고 다녔더랬다. 파리 같은 패션 도시, 아니 패션 리더가 활보하고 다니는 핫한 동네만 되었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서울 변두리에 자리한 우리 동네에서 그런 동생의 옷차림은 지나가던 사람도 뒤를 돌아보게 할 정도의 파격이었다. 지금이야 워낙 개성 있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예사로운 일이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남자가 꽃무늬 바지를 입거나 정장 바지에 운동화를 신는 모습이 평범하게 보이진 않았으니까. 좀 과하다 싶게 입은 동생과 같이 길을 걷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우스갯소리였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멀리 떨어져 걸으라고 하기도 했다.
그랬던 동생은 ‘I don't care.’ ‘신경 안 써, 상관없어.’라는 마인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뉴욕이란 새로운 사회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남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는 사람들, 남이 나와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개성을 존중해 주는 사회, 쿨하고 멋져 보이지만, 사실 난 한편으로는 너무 개인적이라 왠지 정 붙이고 살기 힘들고 외롭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통화를 하다 영화 <목격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살인 사건을 목격했지만, 살인자가 자신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하는 주인공과 자신이 살인하는 것을 본 목격자를 쫓는 범인의 추격전을 다룬 스릴러 영화인데, 비행기 안에서 우연찮게 본 모양이었다.
영화에서는 목격자와 범인 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목격자를 찾는 형사에게 협조하기보다는 소문 때문에 집값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줌마들이 아파트 주민들을 불러 모아 수사 종료를 종용하게 하는 모습이 나온다.
자기 일이 아니라면 주변의 누군가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무관심과 자신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일은 무조건 반대하는 집단 이기주의의 모습은 영화에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일들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일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니까.
어떻게 사람들이 자기 일이 아니라고 그럴 수 있냐며 영화 보고 열불이 나더라길래 뉴욕에서는 더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동생의 말이 참 의외였다. 그곳 사람들은 누군가 도와주어야 할 상황에서는 자기 일처럼 나선다고. 그런 걸 시민 의식이라고 하는 걸까? 동생이 이야기했던 ‘I don't care.’가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식의 무례한 참견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무관심. 그런 ‘I don't care.’라면 우리에게도 필요한 무관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