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늦은 어머니와 가족들과 부산으로 여행 갈 결심
어머님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살면서 이루고 싶은 여러 가지 희망 사항이 있을 텐데, 은연중에 마음속에 부모님과 걱정 근심 없이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었는데, 마음이 조금 무겁긴 하다. 아버지는 용돈을 더 드려야겠다.
내가 어머니와 부산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제는 조금 더 늦기 전에 건강하실 때 어디라도 돌아다니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어머니도 이제 환갑을 훌쩍 넘으신 나이이고, 나이가 이제 노인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드신 터라 조금 더 늦으면 어머니와 함께 여행할 기회도 없지 않을까 솔직히 두려움도 컸다. 만일 제대로 된 여행도 한번 못 보내 드리고 부모님과 이별한다면 먼가 가슴에 많이 한이 될 것 같았다.
가끔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조금은 원망스러운 것이, 나를 조금 더 일찍 낳으셨으면, 돈을 좀 더 빨리 벌었을 것이고, 그랬으면 한 해라도 젊었을 때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연마다 아버지 어머니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남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일까라는 두려움도 엄습한다.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 분들이 어머님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면 사실 매우 부러웠다. 어릴 적부터 바캉스(?)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했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간 기억이 없던 터라 과연 가족들끼리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와 이모가 건강하실 때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는 결혼하고 나서 부산을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셨다. 일도 바쁘시고, 시집 온 곳이 부산과 교통도 그렇게 여의치 않는 곳이라 이모를 보기도 매우 힘드셨던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먹고 사는 일에 바뻐 그럴 여유도 없으셨던 것 같다. 이제는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보다 자유롭게 이모와도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마음을 먹고, 지출을 하기로 했다. 청년희망적금에서의 금액에서 이자와 일부 원금을 합하면 한 100만 원 남짓 되었는데, 100만 원 정도는 날 위해 쓰기로 했다. 어디다 쓰는 게 가장 잘 썼다고 칭찬받을까 싶다가, 어머님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직장 생활을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벌면서도 왠일인지 부모님과 여행을 갈 만큼 엄두를 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이 가족들과 여러 관광지로 리조트며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 처음에는 낯설고,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좋은 여행지나 먹을 것을 먹을 때마다 왜 이리 부모님이 생각이 났던 건지. 이번에 여행을 가서 맛있고 비싼 것들을 아끼지 않고 많이 먹고 올 생각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면, 내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내가 고민하고 있던 여러 문제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곤 한다. 회사나 사회에서 남들보다 좀 더 나으려고 아웅다웅하는 내 모습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했던 일상 속의 고민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 곤 한다. 어쩌면 가족은 나의 진정한 안식처라서, 그곳에서는 남들의 시선이나, 경쟁, 지위, 비교, 부의 차이도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많이 감사하고, 이제야 어머니와 부산 갈 결심을 한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너무 늦게 이렇게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고, 어머니와,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며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