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Feb 12. 2024

어머님과 부산으로 여행갈 결심

조금은 늦은 어머니와 가족들과 부산으로 여행 갈 결심

어머님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살면서 이루고 싶은 여러 가지 희망 사항이 있을 텐데, 은연중에 마음속에 부모님과 걱정 근심 없이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었는데, 마음이 조금 무겁긴 하다. 아버지는 용돈을 더 드려야겠다.


내가 어머니와 부산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이제는 조금 더 늦기 전에 건강하실 때 어디라도 돌아다니셔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어머니도 이제 환갑을 훌쩍 넘으신 나이이고, 나이가 이제 노인에 가까운 나이에 접어드신 터라 조금 더 늦으면 어머니와 함께 여행할 기회도 없지 않을까 솔직히 두려움도 컸다. 만일 제대로 된 여행도 한번 못 보내 드리고 부모님과 이별한다면 먼가 가슴에 많이 한이 될 것 같았다.


가끔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조금은 원망스러운 것이, 나를 조금 더 일찍 낳으셨으면, 돈을 좀 더 빨리 벌었을 것이고, 그랬으면 한 해라도 젊었을 때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연마다 아버지 어머니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나타남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일까라는 두려움도 엄습한다.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 분들이 어머님과 혹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면 사실 매우 부러웠다. 어릴 적부터 바캉스(?)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했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간 기억이 없던 터라 과연 가족들끼리 여행을 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와 이모가 건강하실 때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머니는 결혼하고 나서 부산을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셨다. 일도 바쁘시고, 시집 온 곳이 부산과 교통도 그렇게 여의치 않는 곳이라 이모를 보기도 매우 힘드셨던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먹고 사는 일에 바뻐 그럴 여유도 없으셨던 것 같다. 이제는 자녀를 다 키우고 나서, 보다 자유롭게 이모와도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마음을 먹고, 지출을 하기로 했다. 청년희망적금에서의 금액에서 이자와 일부 원금을 합하면 한 100만 원 남짓 되었는데, 100만 원 정도는 날 위해 쓰기로 했다. 어디다 쓰는 게 가장 잘 썼다고 칭찬받을까 싶다가, 어머님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직장 생활을 하고 어느 정도 돈을 벌면서도 왠일인지 부모님과 여행을 갈 만큼 엄두를 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이 가족들과 여러 관광지로 리조트며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며 참 처음에는 낯설고,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좋은 여행지나 먹을 것을 먹을 때마다 왜 이리 부모님이 생각이 났던 건지. 이번에 여행을 가서 맛있고 비싼 것들을 아끼지 않고 많이 먹고 올 생각이다.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하면, 내가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내가 고민하고 있던 여러 문제들이 사실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곤 한다. 회사나 사회에서 남들보다 좀 더 나으려고 아웅다웅하는 내 모습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면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했던 일상 속의 고민이 덧없다는 생각이 들 곤 한다. 어쩌면 가족은 나의 진정한 안식처라서, 그곳에서는 남들의 시선이나, 경쟁, 지위, 비교, 부의 차이도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많이 감사하고, 이제야 어머니와 부산 갈 결심을 한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너무 늦게 이렇게 해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고, 어머니와,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으며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고 싶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스크림 알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