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하는 달리기

상처뿐인 완주 이후, Zone 2로 다시 시작한 마라톤

by 조아

작년 12월, 진주마라톤 풀코스 도중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다. 이미 반환점을 돈 상태였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절뚝거리며 끝까지 달렸고, 완주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고통 속에서 완주를 했다는 환희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남은 것은 오래 지속되는 발목 통증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흔히 말하는 ‘상처뿐인 영광’이었을지도 모른다.


결승선까지 가는 동안 수없이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냥 포기할까.’

‘이제는 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끝내 걷지 않았다. 페이스를 낮추더라도 달리는 선택을 했다. 완주는 해냈지만, 결과적으로 몸도 기록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달리기를 이어가지 못했고, 다시 시작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돌이켜보면 그 결과는 우연이 아니었다. 11월 JTBC 서울 마라톤 이후 제대로 된 훈련 없이 대회에만 참가했고, 완주 메달을 얻는 데에만 집중했다. 정작 중요한 과정인 거리주 훈련과 몸을 만드는 과정은 충분히 쌓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상은 필연에 가까운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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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마라톤에서의 경험은 그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방향을 바꿔야 했다. 더 이상 무작정 대회에 참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고, 대회는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선택한 방법이 Zone 2 달리기였다.


심박수를 기준으로 몸을 통제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 훈련. 기록과 페이스, 경쟁을 잠시 내려놓고 나에게 맞는 달리기를 찾는 과정이었다. 3개월이 흐른 지금, 그 선택은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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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벚꽃마라톤 10km, 영남일보 국제 하프마라톤을 통해 중간 점검을 했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각을 경험했다. 페이스를 올려도 숨이 차지 않았고, 결승선을 통과한 이후에도 탈진감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조금 더 달릴 수 있겠다’는 여유가 남아 있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컨디션의 차이가 아니었다.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 그리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다는 신호였다. 발목 상태 역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그래서 5월, 다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려 한다.


이번 목표는 단순하다.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아니라,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얼마나 일관되게 몸을 통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그 과정에서 훈련의 방향과 강도를 다시 점검할 생각이다.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진짜 마라톤은 35km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 지점을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통과할 것인지, 이번에는 충분히 준비했다. 날씨, 주로 상태, 고저 차. 그 모든 변수 역시 마라톤의 일부다.


이제는 그것을 피하거나 탓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번 완주는 이전과 다를 것이다. 단순히 끝까지 버티는 완주가 아니라, 끝까지 통제할 수 있는 완주. 그것이 지금, 내가 다시 출발선에 서는 이유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