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수 하나를 지키며 배우는 통제의 감각
Zone 2 달리기 훈련을 하다 보면 원하지 않게 페이스가 빨라질 때가 있다. 특히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그 현상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심박수 130 bpm 이하를 유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 페이스는 앞서 나가고, 심박수는 그 뒤를 따라 올라간다. 그 순간, 그날의 훈련이 무너진 것만 같아서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Zone 2 달리기를 단순히 ‘천천히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일정한 심박수를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일이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아주 미세하게 페이스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심박수는 금세 Zone 2를 벗어난다. 그 작은 이탈을 붙잡아두는 일이 이 훈련의 본질에 가깝다.
더 어려운 순간도 있다. 올라간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페이스를 줄였는데도 오히려 심박수가 더 오르는 느낌. 이른바 심박 드리프트.
이 현상을 마주하는 순간 Zone 2 달리기는 더 이상 단순한 유산소 훈련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루는 일이 된다.
한동안은 심박수 하나를 지키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하나를 내려놓았다.
바로 달리기 마일리지.
그동안 당연하게 지켜오던 마일리지를 잠시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훈련의 방향을 바꾸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가는 것.
그렇게 시간을 쌓아가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었지만 아주 조금씩,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Zone 2 훈련의 효과는 10km와 하프 마라톤을 통해 명확하게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도 이 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곧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지속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 사실은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이 훈련 안으로 끌어당겼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더 멀리, 더 빠르게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을 이번에는 선택하지 않았다. 앞으로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반복되던 부상의 기억, 언젠가는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감, 그리고 달리기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에 대한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방향을 바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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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글을 쓰며 Zone 2 달리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나를 통제하는 훈련’이라고. 그동안 나는 심박수라는 숫자에 반응하며 내 상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다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를 다루는 감각을 되찾고 있다. 완벽함은 아직 멀다. 하지만 완벽해지는 것보다 완벽을 향해 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훈련을 통해 배우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도 오늘의 훈련을 이어가는 일.그 반복이 결국 나를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오늘도 속도를 조금 내려놓는다.
그리고 대신, 나를 조금 더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