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세계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
나는 분기별로 이력서를 작성한다. 딱히 이직을 위한 행위로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기별로 내가 외형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는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학위나 자격증 취득을 통해 채워지는 이력서를 보면서 고생 속의 뿌듯함을 느낀다.
작년부터는 8년 동안 이어왔던 셀러던트의 삶을 잠시 내려놓기 했는데 그 이유가 책 읽기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이다. 욕심 많은 내 입장에서는 모두 다 하고 싶었지만 혹여 욕심이 지나쳐 모든 것을 놓치게 될 수도 있어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장하고 싶은 욕망은 변함없었으며 이 욕망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에 집중되어 더욱 글쓰기를 하도록 나를 이끌었고 매일 글쓰기의 세계로 나를 인도했다. 글쓰기가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글쓰기만큼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쓰기는 성장의 표식이자 증거이기에 성장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글쓰기를 해야 한다.
성장하기 위해 배움의 노력은 외형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무지와 미지의 영역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가장 효율적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다. 심지어 독서는 가장 저렴하게 배움의 욕구를 채워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면 무료로 책을 빌려 볼 수 있기에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공짜 배움을 누릴 수 있다.
책을 읽음으로 나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맞는지 검증하며 새롭게 제시하는 지식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을 채울 수 있다. 책 속에 있는 저자의 질문에 대해 나만의 대답을 준비하며 새롭게 받아들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일어난다.
이런 사실은 나는 진작 알고 있었다. 스스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2012년에 나는 다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하나씩 발견하기 때문이다. 왜 책을 봐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를 망각했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책선물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과거 내가 알았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식하기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무지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특히 내가 모르는 분야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책 읽기를 통해 그 속으로 들어가 나의 무지를 점점 앎으로 채울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책 읽는 행위에서만 그치지 않고 책 읽은 후 나의 생각과 느낌을 글감으로 하여 글쓰기를 하며 나의 방식으로 책을 정리한다. 특히 저자의 문장과 생각을 훔쳐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은 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단 한 번 책을 읽는 것으로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서 반복해서 읽어야 하고 분석, 요약하며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이용해 책을 읽으며 양서와 악서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세상의 모든 지혜와 지식이 들어 있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무지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무지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익히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된다면 진정한 배움이자 자신의 능력과 기술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독서는 ‘우리가 어떠한 존재인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독서의 이유가 무지로부터의 자유라고 한다면 독서의 목적은 책의 내용을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데 있다. 책 속의 모든 것을 실천할 수는 없기에 나에게 맞는 가장 핵심적인 것 하나만이라도 내 인생에 적용하고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실천을 하게 된다면 책은 내 인생 속에서 그대로 발현된다.
무지에서 자유함을 주는 독서는 세상에서 가장 효율적인 배움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이 멈춘 인간은 내면과 지적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기에 죽는 순간까지 배워야 한다.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배워야만 한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책 읽기는 성장을 향한 나의 갈급함을 채워주는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