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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Oct 22. 2023

독서의 도구

타이탄의 도구를 능가하는 나만의 무기

 독서는 책을 읽는 것으로 책이 없으면 독서하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독서 자체도 불가능하게 된다.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집안 가득히 차고 넘치도록 책을 가지고 있으면 그 책이 나를 나타내준다는 어리석은 착각 속에 한 권 두 권씩 책을 사서 모으고 책장에 진열하는데 열중하였다.


 간혹 책을 읽기도 했지만 읽는 책 보다 사서 진열하는 책이 훨씬 많았기에 내 책장은 금세 채워졌고 또 다른 책장을 사야만 했다. 근무지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되어 이사를 할 때도 내 이삿짐의 대부분은 책이었고 이삿짐업체가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혼자 사는 남자 집의 이삿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책이 있었다.


 대학교수집인 줄 알았다는 농담 섞인 말을 자랑으로 들으며 부산에 내려와 또 책을 사서 모으고 진열하는 재미로 나 스스로 애서가라는 깊은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결혼을 해서도 새로운 공간에서 책을 수집하고 진열하기를 반복했고 착각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책을 소유하는 것이 지식을 채운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더 이상 진열하기도 어렵게 할 정도로 책을 소유하게 했고 책을 구입하는 비용보다 책을 진열하기 위해 진열장을 구입하는 비용이 더 들게 만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드디어 나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책의 내용도 기억하지 못해 임원 면접에서 면박을 당했던 기억과 이삿짐센터 직원들의 놀란 눈을 보면서 더 이상 책 소유와 진열로 내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는 행위를 대변해 줄 명분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비싸게 주고 산 책을 헐값에 중고서점에 판매하고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이렇게 정리할 바에는 읽고 기록으로 남기자는 심산으로 책리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권 보는 것도 어려웠지만 나는 책을 정리해야만 했기게 정말 무식할 정도로 막무가내 책 읽기를 하였다. 분명한 목표였던 책을 읽고 중고로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를 경험한 나는 더 이상 책을 사지 않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종이책을 사지 않는다. 진열장을 가득 채웠던 책이 점점 줄어들 거 가면서 약간의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비워져 가는 공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잠시나마 빈 공간을 채우고자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고, 임시적으로 진열장을 다시 채웠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은 2주의 대여기간을 주고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 한 달 동안 책을 빌릴 수 있는데 총 10권까지 대출 가능하다. 이렇게 나는 허울뿐이던 내 책장을 비우는 대신 도서관의 책을 빌려 진열장을 채웠다. 비록 한 달이라는 시간뿐이었지만 수시로 바뀌는 책들을 그저 진열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도서관의 책은 마치 의무 방어전을 치르는 선수처럼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책을 대출하고 읽고 쓰고 반납하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책 읽기를 통해 글쓰기를 하는 루틴을 만들었고, 글쓰기 모임에 11기 연속 참여하고 있으며,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독서의 도구는 도서관 회원증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회원증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무기이다. ‘도서관 귀신’이 되고 싶을 정도로 퇴근 이후, 주말이나 공휴일 혼자 있는 시간이 있으면 언제나 이곳으로 향한다. 가족들도 내가 보이지 않으면 도서관에 갔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의 행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2022년 7월 9일, 처음 대출한 날부터 오늘까지 총 350번 대출을 하면서 점점 도서관 귀신이 되어 가고 있고 이런 특별한 무기를 매일 사용하려는 나의 노력과 자세가 나만의 무기가 되어 책 읽기와 글쓰기의 거친 세계 속에서 생존의 확률을 높여 주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싶은 나의 올해 목표는 365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는 것이며 다행스럽게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총 1,000권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한다는 중기 목표로 병행해서 하고 있기에 이러한 매일의 노력은 내 마지막 꿈을 이뤄주기 위한 평생 습관을 만들어 줄 것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어떤 책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마음가짐과 책 내용을 삶에서 실천하겠다는 자세는 진정한 독서가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며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의 글쓰기를 하는 작가가 되도록 무한한 원동력이자 보이지 않는 지지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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