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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여여일

그곳에 가고 싶다, 날일달월

진흙 속 감춰진 진주 같은 동네책방

by 조아

최근 감명 깊게 읽은 <밑줄 독서 모임>과 <가장 아름다운 공간, 동네책방>을 통해 알게 된 ‘날일달월’이란 책방에 가고 싶었다. 서울 광진구에 있어서 당장 갈 수는 없지만 서울에 출장이나 볼 일이 있을 때 가면 좋을 것 같아서 지도 앱에 저장하기만 했다. 왠지 곧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거리가 거리인지라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사실 서울에 있는 ’ 날일달월‘보다는 부산에 있는 ’책과아이들‘이란 동네책방이 물리적 거리나 현실적 위치가 가까워서 <밑줄 독서모임>을 읽고 쓴 글에 ‘삶에 적용하기’에 책과아이들 방문하기로 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의 카렌시아인 ‘그림책방 디얼’에도 자주 못 가는데 다른 동네책방에 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삶에 적용하기’에 쓴 것은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미술관에 가지 못한 것이 마음 속 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는 것처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꼭 해야만 한다. 사실 ‘책과아이들’보다는 ‘날일달월’에 더 가고 싶었는데 그 이유가 <밑줄 독서모임>이란 책의 저자인 여희숙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첫 두 문장의 강한 임팩트가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지만 책방이 서울에 있어서 내심 포기하고 있었다.



어제 검사를 받기 위해 서울에 갔을 때 아내가 뜬금없이 가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묻길래 ‘날일달월’에 가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동의하며 가자고 했다. 아내의 마음이 바뀔까 봐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5호선을 타고 광나루역으로 향했다. 1시간 10분여를 달려 광나루역에 내려 지도 앱을 보고 날일달월에 찾아갔다. 초행길이지만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동네책방은 사장님의 사정으로 예고 없이 문을 닫을 때도 있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갔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단정하게 정리된 책방 앞처럼 책방 내부는 가지런히 정리된 서제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날일달월’의 특별한 점은 차와 다과는 물론 식사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전날 예약을 해야 했는데, 오늘 급하게 결정된 것이라 점심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여희숙 작가님께서는 황성수 박사님의 <힐링스쿨>에서 강조하는 현미식물식 수행자이시다.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고 있어서 부끄러웠지만 한때 현미식물식 수행자임을 밝히니 너무 좋아하셨다. 착즙 주스와 샌드위치, 샐러드를 주문하고 아침 비행기를 타느라 마무리하지 못한 글쓰기를 하고,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사장님의 추천대로 ‘날일달월’에서 가장 좋은 뷰를 보면서 먹는 샌드위치는 건강함 그 이상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이 있어 간단하게 요기만 하고 이동해야 되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날일달월’이 주는 공간의 힘과 책과 동일한 삶을 살고 계시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니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글쓰기는 삶쓰기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쓴 글이 내 삶 속에서, 내 행동에서 나타나야만 내 글의 진정성이 드러나게 된다. 만약 내 글과 내 삶이 다르다면 더 이상 내 글에는 진정성이 없으며 그 누구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없게 된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와 삶쓰기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일상에서 수행을 지속해야 함을 느낀다.


언행일치를 넘어 글행일치의 삶을 살도록 끊임없는 수행과 노력을 통해 삶 속에서 내 글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삶이 곧 글이요, 글이 곧 삶이 되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나도 여희숙 작가님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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