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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20. 2024

초감정(Meta- emotion)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내면아이

 감정코칭 2급 과정이 절반 정도되면서 점점 어렵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론만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강의 중간중간 실습했던 내용을 일상 속에 적용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감정의 홍수’라는 것을 배운 날에 아이한테 절대 큰소리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집에 돌아오면 아이한테 큰소리치는 내 모습을 보면 소위 현타를 느낀다.


 육아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아이가 점점 크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출동과 갈등은 아직 시작도 못 했지만 ‘금쪽이 상담소’에서의 사례들이 우리 집에서도 발생할지도 모를 것이다. 감정코칭을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억압형의 부모였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안으로 아이가 들어오도록 만드는 양육법을 사용했던 아빠였다. 아이의 자율성이 최고의 양육법이라 말하면서도 나의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 잣대를 사용하며 아이에게 일방적인 길만 강요했다.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아빠가 된 나에게 이런 나의 양육법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안타깝지만 나는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것을 내 아이에게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고, 만약 감정코칭을 배우지 않았다면 나의 어린 시절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뻔했다. 오히려 시대의 변화에 올라타 과거보다 더 심각한 갈등과 분노가 지금 재현될지도 모를 것이다. 이것이 내가 감정코칭을 어려워하는 이유이자, 양육의 부담으로 작용하여 나를 괴롭게 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아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 안에 살아 있다. 아이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주는 것이 좋은 아빠가 아니라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노력을 통해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아빠가 되고 자 했다. 원하는 대로 될 수는 없겠지만, 심리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했었고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며 적용했었다.


 이론과 실제가 다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육아의 세계는 이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실제가 너무 다른 특별한 세상이다. 지금도 내가 아빠의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절대 아빠의 빈자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옆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 반응하고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느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임을 느낀다. 노력의 행위가 일종의 보상이 아닌, 아빠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자 특권이라 생각한다. 이런 특권을 누리가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아야 하며, 특히 나의 초감정을 이해해야만 했다.



 초감정이란 감정의 감정으로 감정을 이해하거나 대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대상관계 이론처럼 나의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방법대로 나는 내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타인의 감정마저도 동일한 방법으로 느끼며 이해했다. 아이와 나의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그저 동일한 상황이니 이렇게 느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아이의 감정을 이해했고, 그에 따른 행동을 요구했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아빠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어떤 갈등이 생길지는 뻔한 결과였다.


 세상에 신기한 것이 많아 호기심도 많고 욕심도 많아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의 유년 시절, 누나와 경쟁 아닌 경쟁을 하며 부모님과 어른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했다. 그들이 좋아할만한 행동을 하면서 칭찬을 갈구했고, 인정받는다면 누나와의 경쟁에서도 이기고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보다는 부모님과 선생님, 어른들이 원하는 것을 했고, 내가 되고 싶은 존재가 아닌 그들이 바라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내면에는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미해결 된 과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쌓이고 쌓여 단단한 화석이 되었다.


 한성희 작가님은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라는 책에서 내면아이를 만나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유년시절, 미해결 된 과제는 평생 삶에 영향을 끼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기에 과거의 속박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면아이를 만나서 그의 요구사항을 듣고, 내면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듣기 원했던 말을 하며 위로해서 내면아이의 울음이 그치게 해야 한다. 만약 내면아이의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면 그 울음과 고통은 나의 시대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형태이지만 동일한 모습으로 내 아이에게도 전해진다.



우리는 과거를 무효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과거와 화해할 수는 있다. 다 큰 어른의 시선에서 과거를 새롭게 바라보고, 어린 시절의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며 슬퍼하고, 불행했던 과거를 놓아주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과거를 재구성하는 일, 과거와 화해하고 어린 날의 자신을 안아 주는 일은 나이가 몇이어도 언제든 가능하며 꼭 해야만 한다.


 <벌서 마흔이 된 딸에게>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내면 아이를 위로한다. “딸아, 몸만 컸다고 어른이 아니다. 가슴속에 숨어 있는 약하고 여린 부분을 그대로 바라보고 감싸 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슴에 맺힌 게 없는 온전한 어른이 될 수 있다”라는 문장은 나의 유년 시절부터 마음속에 살고 있던 내면아이를 위로하며 불안과 걱정으로 힘들어했던 시절을 공감해 주는 말이다.  


 이 말을 내면아이에게 전하며 한층 더 성숙한 존재이자 온전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아이에게는 위로가 되며 나에게는 성장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육아에 있어서도 내가 아이에게 먼저 모범을 보인다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나의 뒷모습을 보며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내가 먼저 변해야 아이도 변한다는 진리를 믿으며, 나의 내면아이 손을 잡고 성숙한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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