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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May 06. 2024

감정 단어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감정 코칭을 배우면서 상대방의 감정은 물론 나의 감정의 중요함을 느끼며, 그동안 내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했고 내 감정을 존중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감정은 스쳐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기며, 슬퍼도 슬퍼하지 않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역설이 관계에 있어서 최고의 덕목이라고 여겨 왔었다. 최근 상담을 받으며 내가 이렇게 살아왔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나는 생존에 초점을 맞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생존을 삶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살아왔기에 지나치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했고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눈물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여기며, 눈물이 많은 아이에게도 이런 나의 신조를 강요하기도 했다. 슬퍼서 눈물이 날 때는 우는 것이 당연한데 무엇 때문에 나는 눈물을 참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애썼는지 정말 후회된다. “남자는 일생에 세 번 운다”라는 말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감정을 통제하고 표출하는 것을 막았던 나는 감정에 대해 정말 심각할 정도로 무지하다. 나의 감정에 대한 태도가 이러하니 타인에 대한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짜증 나는 감정과 신경질 나는 감정이 서로 다르지만, 서로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나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게 했고, 감정은 거기서 거기라는 나만의 결론 속에서 살았다. 다행히도 감정 코칭을 배우면서 나만의 결론이 새드 엔딩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생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에 감정을 표출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것은 나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으로 여겨 타인의 공격이나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으로 감정을 배척하고 감정 표현에 더 인색했던 나의 과거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오늘 새날이 찾아왔기에 이제부터 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존중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 쉽지 않겠지만 타인의 감정에도 공감하는 반응을 할 것이다.


 감정은 세상의 다양성만큼 다양하며 단 하나의 감정도 비슷할지언정 똑같은 감정은 없다. 또한 하나의 감정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 이상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복수의 감정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서로 영향을 주어 또 다른 감정을 만들어 낼 수도 있기에, 감정의 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핵심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학교 내내 친구가 없고 학교에 가면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느끼는 분노, 짜증, 두려움, 외로움이라는 감정 속에는 친구들로부터 거부당해 느끼는 분노라는 핵심 감정이 있다. 이런 핵심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감정 단어를 잘 알아야 하는데, ‘무서워요’라고 말하는 감정 속에는 ‘공포’가 들어 있고 ‘기분 더러워요’라는 감정에는 ‘불쾌’, ‘혐오’의 감정이 숨어 있다. 이러한 과정을 ‘감정 단어 찾기’라고 한다.



 감정 단어 찾기는 감정적 상황을 설명한 후 아이가 보이는 모습이나 하는 말을 적고, 그 모습이나 말에 담긴 감정을 나열하여,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적는 연습을 통해 점점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 중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마도 무엇 때문 일 것 같은데’와 같이 타인의 감정을 추측하는 말과 행동이다.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추측성 발언은 감정뿐만 아니라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금물이지만, 나의 어리석음은 이런 추측성 발언이 신빙성 있다고 믿었었다.


 이제 나는 이런 무지의 소산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자유로운 감정의 세계에 들어갈 것이다. 아직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지만, 감정 단어를 찾고 그 감정 속 핵심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타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을 존중하고 다가가려는 모습으로 말미암아 어제보다 오늘 더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감정이 주는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 감정의 유익함이라는 선물로 풍요로워질 수 있다. 오늘 나는 감정 부자로 살며, 단 한 번 주어지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이다.


#감정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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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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