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내 모습

나는 일상에서 감정 코칭을 하고 있는가

by 조아

오지 않은 것 같은 감정코칭 2급 과정의 9회기가 오고 말았다. 9회기는 이론, 실습 평가가 있는 날로 평가대상자라면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시험’이란 말만 들어도 왜 이렇게 긴장되고 초조한 지, 시험 증후군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험은 정말 피해 가고 싶다. 되도록이면 시험을 치지 않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평가에 있어 시험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험을 쳐야만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애매하게 알고 있어 헷갈리는 것을 구별할 수 있는 진실의 시간이다. 물론 낮은 점수를 받는다면 기분 나쁘고, 쪽팔리고, 한없이 부끄럽겠지만 이런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태도나 모르면서도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더 나쁘고 성장과 변화를 가로막는 최악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쪽팔림은 한순간이나, 무지와 무지한지도 모르는 태도는 영원하기에 내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평가를 해야 한다.


이론 시험은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실습이 가장 문제이다. 짝지와 지난 회기부터 연습했던 사례를 직접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롤플레잉 하면서 감정코칭을 해야 하는데 정말 어렵다. 감정포착, 미러링, 공감까지는 할 수 있지만 수시로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해결책 제시에 말문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공감을 100% 못 하기에 내담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어려워, 자꾸 머릿속에 나의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모 아니면 도인 나의 성향에서는 그런 것도 같은데라는 말은 없다. 맞거나 틀리든지 둘 중 하나이지 맞으면 틀린 것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상담의 사례들을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은데 그런 이해할 수 없음을 극복하고 경청의 자세로 듣는 것도 힘들지만 그 이해할 수 없음을 나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머릿속에 맴도는 “왜 이걸 모를까”라는 생각은 감정코칭을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힘들게 하였다. 자동적으로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그건 당연한 거야’라는 말을 막기 급급했을 뿐이다.


평소 이렇게 말하던 버릇, 정말 안 고쳐진다. 뼛속까지 이과생이라고 믿는 믿음으로 ‘WHY’ 사고법으로 항상 왜 그럴까 생각하기에, ‘왜 그러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라고 묻는 습관은 다행히 고쳐지고 있지만, 툭툭 내뱉는 나의 생각은 감정코칭에 있어 가장 큰 방해물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그저 다름일 뿐이다. 특히 나와 아이처럼 세대 차이가 나는 관계라면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아이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다. 나의 당연함을 아이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감정 코칭 실습 평가는 짝지 선생님이 준비하신,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 시험을 망쳤어요’라는 사례를 하였고 내가 내담자 역할을 할 때는 중학교 3학년 시절을 떠올리며 진짜 중학교 3학년 남자아이의 심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나를 참 이뻐해 주셨던 학원 수학 선생님이 떠오르면서, 선생님을 그만두게 한 일에 나도 동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수학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신 선생님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상담자 역할을 하신 선생님도 자녀가 비슷한 나이대라 감정 코칭을 잘해주셔서 내담자 역할을 어렵지 않았다.



내가 상담자 역할을 할 차례가 되기 전부터 머릿속에는 “나는 생활 속에서 진짜 감정코칭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그치지 않아서 지난 목요일 실제 있었던 우리 집 사례를 이용해서 감정코칭 실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구몬학습을 하기 싫어요’라는 사례를 하기 위해 급히 짝지 선생님께 상황 설명을 드리고 평가하시는 수녀님께도 양해를 구했다. 내가 연습하지도 않은 사례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우리 조 앞서 실습 평가를 하시던 선생님을 보면서 표정과 행동이 우리 아이와 너무나도 똑같아서 아이의 심정을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아이는 아내와 거실에서 구몬학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 저학년이라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겠지만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대견한 의지로 자리에 앉았는데, 몇 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짜증을 내며 아내와 실랑이를 벌였다. 처음에는 별 일 아닌 듯 여겨 개입하지 않았는데 점차 실랑이의 정도가 가볍지 않아 보여, 아이에게 공부하기 싫으면 말라고 했다. 당시 내 목소리가 컸는지 아내는 아이에게 방으로 들어가라고 했고, 얼마 뒤 아이방에 들어가 아이를 보니 침대에 무릎을 감싸고 앉아 멍하니 웅크리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공부하기 싫었는지 물어보았지만 들리지도 않게 중얼거리길래, 안 들린다고 “공부하기 싫으면 공부하지 마”라고 짜증 섞은 소리로 말하니 아이는 그제야 수학을 못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아이는 며칠 전 학교에서 수학시험을 쳤는데 80점을 받았다. 초등학교 수학 점수가 큰 의미를 주지는 않지만 아이에게는 달랐나 보다. 자신이 100점을 맞아서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기분이 안 좋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멍해졌고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이의 수학 시험지를 같이 보면서 아이가 틀린 문제를 다시 풀며 어떤 개념이 이해가 안 되는지를 눈치채고 설명을 해주고 비슷한 유형을 문제를 만들어 풀게 하니 곧잘 이해하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풀렸는지 남은 구몬학습의 진도까지 다 하며 얼굴에 미소까지 보였다.



이런 실생활의 사례를 직접 감정코칭의 상담을 적용해 보니 나의 대처가 너무나 미흡했음을 알 수 있었다. “공부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라는 말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걱정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지를 알아, 그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며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감정코칭을 배운 아빠의 역할인데 그것을 해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마음이 아팠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가장 이상적인 감정코칭의 대답인 “수학 점수보나 네가 더 특별하고 가치롭다”라는 말을 해주지 못한 내가 너무 한심했다.


실습 평가 점수를 떠나 내가 실생활에서 바로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 평가 사례고 바꾸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평가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내가 무엇을 못 하고 있고, 어떤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자격증보다 나의 말투와 행동이 감정코칭 2급 과정을 배운 사람으로 직접 말하고 행동하고 있느냐가 나에게는 더 중요했기 때문에 실습 평가 점수는 크게 개이치 않고 통과만 할 수 있다면 만족할 뿐이다. 생활 속 사례를 이용해 평가를 받으니 아이의 마음을 안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고,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수학점수보다 더 특별하고 가치롭다 “라는 말을 해주고 꼭 안아 주었다.


아빠가 감정코칭을 했는데 아이의 마음도 몰라주고 아이의 감정을 헤아려 주지 못한다면, 나는 감정코칭을 정확하게 배우지 못한 것이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림을 통해 한 걸음 아이에게 더 가까이 갈 것이다. 감정적 지지를 받은 아이는 감정의 풍요로움 속에 살 수 있기에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아이가 감정의 풍요로움에 살 수 있도록 진짜 감정코칭을 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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