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현실이 되기까지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라는 속담처럼 말의 위력은 상상이상으로 위대하다. 대인관계도 말 한마디에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상했던 마음이 아물기도 한다. 한 번 내뱉으면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는 말은 충분히 심사숙고한 후 해야 한다고 여겨서, 말을 아끼는 편이다. 물론 경상도 남자라 말수가 적은 것도 있겠지만 말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육담당 시절, 농담으로 건넨 한 마디로 교육받으시던 분의 상한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 집 앞까지 찾아가 사과했던 일을 겪은 후 이런 생각은 더욱 단단해졌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재미를 위해 하려는 농담도 누군가에게는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농담도 가려가며 했다. 이런 일 때문에 대화의 어려움을 겪었는지도 모르겠다.
알로이시오 힐링센터에서 부부 감정코칭 워크숍, CP, 감정코칭 2급을 배우면서 처음 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낯선 이와 대화하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니 나조차 모르고 있었던 대화의 어려움이 나도 모르게 없어졌다. 친한 사이가 아니면 나의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6회기 수업 후 을숙도공원으로 소풍 가서 김밥도 먹고 현장에서 만들어진 조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도중 한 선생님께서 이런 소풍도 좋지만, 체육대회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나도 모르게 “레크리에이션 자격증도 있고 회사에서 행사 진행을 해본 경험이 있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씨앗이 되어 오늘의 행사를 준비하고 사회자로 많은 선생님 앞에 섰다.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내 몸은 그렇지 않았는지 목감기 기운이 살짝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준비한 대로 행사장 음향 장비를 점검을 시작으로 하나씩 확인하였다. 행사 계획표에 맞춰 모든 일정을 순서대로 점검하니 이제 긴장된 마음이 조금 풀렸다. 준비한 대로만 하고, 프로 사회자가 아니니 실수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며 행사를 진행했다.
처음 뵙는 분들이 절반 이상인 무대에서 수줍게 인사를 하며 오프닝 멘트를 한 후, 사회자 권한으로 준비한 포레스텔라의 ‘엔젤’이란 노래를 불렀다. 이 순서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준비했는데, 가사에 라틴어도 있어 가사 외우기가 참 쉽지 않았다. 그리고 4명이서 부르는 노래라 음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피아노 버전의 MR을 구해 틈틈이 연습해서 가사, 음정을 틀리지 않고 무사히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다만 목감기 기운이 있어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깜짝 이벤트의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고 모두를 기쁘게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인간 빙고 게임, 풍선 불기, 여왕벌 피구 등 다양한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큰 사고 없이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순서인 나눔의 시간 때,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하나씩 고르며 오늘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한 분씩 나눴는데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나누는 일 그리고 이것을 함께 듣고 반응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십 여회의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해 보았지만 이 행사처럼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사는 처음 일 정도로 나에게도 뜻깊고 의미 있었다.
이 행사는 입에서 시작되었다. 흔히 “그 입이 문제야”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만약 조별 모임 중 입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 행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눔의 시간 중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에서 입에서 시작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도 없고 상대방이 알 수 없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 중 유일하게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감정을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고, 그 말을 잘 듣고 반응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의사소통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 대 인간을 떠나 하나의 생명체로써 자신의 감정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기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정에 따라 경청의 자세로 진실된 반응을 보인다면, 그 어떤 감정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진정한 교감이자 의사소통이며 마음과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입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현실을 만드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대화가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해 주신 수녀님이 계셨기에 이 행사를 계획하고 준비한 호사를 누렸다. 기쁨 마음으로 준비했고, 최선을 다 하자는 자세로 진행했기에 너무나 뿌듯한 하루를 보내 온몸의 에너지가 소진되었지만 금세 회복됨을 느낀다.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몸도 변하는 것처럼 감기기운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준비하려는 열정과 책임감이 보람찬 하루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코칭 2급 과정이 끝나서 아쉽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지만, 9월부터 시작되는 1급 과정에 도전할 생각을 하니 더 많은 공부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나에게 적용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힘들게 배운 감정코칭이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서서히 빛날 수 있도록 이제 생활화하는 매일의 숙제를 하며 진정한 감정코칭 2급 수료자이자, 수녀님의 제자가 되도록 매일의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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