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로 변화된 나
나는 게으른 성격은 아니지만 달리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달리지 않고 해결하고자 했고, 부산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회사에 지각하거나, 약속에 늦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달리지 않았다. 심지어 매 순간 달려야 하는 군 복무 기간 동안에도 아침 구보를 제외하면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지 않는 이상 달릴 일이 없었다. 이렇게 나는 일상 속에서 달리기와 점점 멀어져 갔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도 무산소 운동을 중심으로 했지 트레드밀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무엇 때문에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달려서 온몸에 땀이 흐르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이마에 땀이 맺혀서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는데, 한 번은 눈에 땀이 들어가 넘어져서 심하게 다친 일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점점 쌓이고 쌓여 달리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내가 좋아하는 웨이트 트레이닝만 하며 진정한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 때는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도 땀이 많이 났는데 무엇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은 좋아하고 달리기를 싫어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심지어 헤어 밴드를 할 생각을 무엇 때문에 하지 않았을까 자책하기도 했다.
그나마 군 복무 중에는 아침 구보라도 정기적으로 했지만 전역 후 약 20년 가까이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 땀이 흘러 눈에 들어가는 것도 싫었지만, 숨이 턱 밑까지 차는 것을 더 싫어했는지도 모른다. 한 번은 살을 뺄 요량으로 한 겨울에 광안리 바닷가를 달린 적이 있는데,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려서인지 몰라도 폐가 아플 정도로 딱딱해지는 것을 느껴서 겨울에는 달리고 싶지 않았다. 또한 체력 측정을 할 때만 일주일 정도 탈락하지 않을 정도로 연습하고, 측정 당일에는 모든 힘을 집중해서 커트라인에 들어가게끔 했기에 달리기를 못해서 불이익을 당한 적은 없다. 그리고 대학교 체육대회에서도 계주 주자로 나갈 만큼 주력이 있었지만, 굳이 힘을 빼면서 숨이 찰 정도로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20여 년간을 느긋하게 걷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올해 7월 초, 녹색마을 자연학교에 입소하면서 이태근 선생님의 제안으로 건강 회복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110kg에 육박하는 거구로 달렸다가는 무릎과 발목에 부상이 올 것 같아서 93kg까지 체중을 감량한 이후부터 천천히 달렸고, 과일 단식과 달리기를 병행하니 체중 감량 속도가 더욱 빨라져 체중이 많이 나가서 달리는데 과부하를 느끼는 일이 없어졌다. 이때부터 달리기의 즐거움에 매료되어 매일의 달리기를 했고, 무더위가 절정이던 8월에는 난생처음으로 125km 거리를 달렸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8월을 시작으로 이제 달리기 입문 2달 차의 초보 러너이지만, 달리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와도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 체계적인 달리기를 위해 러너들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가민 포러너 965’도 구입을 했고, 매일 내가 얼마나 체력을 회복하고 있는지 오늘 내 몸이 달릴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를 확인하며 달리는 것 자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달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부상 방지를 위해 달릴 때마다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없는지 확인하며, 조금의 통증이라도 느낀 부위는 반드시 마사지와 냉수욕을 하며 더욱 신경 쓴다.
책 읽기와 글쓰기처럼 죽을 때까지 평생 하고 싶은 나의 루틴으로 만들기 위해서 저녁 달리기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달리기도 하였지만 요즘은 새벽 달리기를 하면서 매일의 달리기를 실천한다. 물론 저녁 달리기도 좋지만 수면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주말 동안 몇 번의 새벽 달리기를 테스트한 이후 지난 8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벽 달리기를 한다. 하루의 시작을 달리기로 한다는 것도 좋지만, 밤 사이 잠들어 있던 내 몸 구석구석의 모든 세포를 깨운다는 느낌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오늘을 어제보다 더욱 활기차게 보낼 수 있게 만들어서 더 좋다.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남기는 흔적을 글감 삼아 매일의 글쓰기 소재로 활용하는 것도 달려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냥 나만 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길까 고민하다가 나처럼 달리기를 싫어했던 사람도 달리기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신체의 변화를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어 매일 글쓰기의 글감으로 사용한다.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달리기를 통해 삶이 변화되는 과정이 나에게는 선물이자 축복이며 일상의 즐거움으로 하루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상의 흔적이다. 이 흔적은 아직 작은 단편이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십 년 정도 한다면, 작은 단편들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그릇이 될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매일의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하면 온몸은 흠뻑 땀에 졌는다. 특히 상의를 꼭 쥐어짜면 땀이 흐를 정도로 많아서 체중을 측정할 때마다 큰 기대를 하게 하지만 7km의 거리를 달리기로 소비되는 칼로리의 양은 약 500kcal 정도이다. 내가 보기에는 거의 1,000kcal를 소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생각만큼 달리기로 소비되는 칼로리의 양은 많지 않다. 그래서 달리기를 한 후 소비된 칼로리양만큼 먹는 것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는 “오늘 운동했으니 먹어도 괜찮아, 오늘 먹고 내일 운동해서 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폭식과 과식을 반복했지만, 달리기는 거대한 몸집으로는 계속 유지하기 힘들기에 과식과 폭식은 절대 금물이다.
새벽 달리기를 한 후 내가 주로 먹는 것은 구수골에서 사 온 감식초와 꿀로 만든 감식초꿀물이다. 감식초꿀물이 무슨 밥이 되겠냐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한 번 마셔보면 그 어떤 식사보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식단으로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어가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힘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보다 활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낸다. 정말 내가 힘이 없다면 매일 6km의 거리를 과연 달릴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2022년 6월 9일, 현미 식물식을 하며 110kg에서 83.7kg까지 감량했을 때 갓 입사한 내 체중과 비슷해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입사했을 때의 몸무게로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흔히 나잇살이라고 하는 체중으로 나는 거대한 몸집으로 변했고, 규칙적인 운동은커녕 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주말마다 규칙적으로 했던 사회인 야구도 무릎 부상으로 하지 않으면서 운동과 담을 쌓고 살다 보니 점점 건강은 안 좋아지게 되었고, 그 순간 이태근 선생님을 만나 입사했을 때의 체중이 아니라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믿었던 인생 중 가장 날씬하고 건강했던 군 입대 직전의 몸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연 내가 72kg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과일 단식과 매일의 달리기를 꾸준히 지속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위해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의 달리기를 통해 점점 건강해지고 체중 감량이란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극도로 달리기를 싫어했던 내가 요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달리기와 연관된 것뿐이다. 새벽 달리기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어떤 러닝화를 신었는지 쳐다보고, 어떤 시계를 차고 있는지를 관찰하면서 달리기에 대한 아이템을 구경하는 것도 내 일과 중 하나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처럼 내 눈에는 온통 달리기만 보인다.
심지어 매년 11월에 열리는 전국 마라톤 중 하나인 대회를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참여했던 시절, 유일무이하게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내가 스스로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도 했다. 10km 마라톤이지만 난생처음 참가하는 것이라 걱정과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회 전까지 최선을 다해 매일의 달리기를 하며 훈련한다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 초보 러너이기에 입상이 목적이 아니라 대회 경험과 완주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매일의 즐거움을 누리며 하루하루 달리는 과정을 오늘의 선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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