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 Dec 13. 2024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고 싶어서

나는 엉덩이의 힘을 키우고 싶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본가 책장에 있던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을 읽으면서부터이다. 당시 노르웨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하얀 눈이 쌓여 있는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있는 숲을 상상했고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무지한 채로 읽었을 뿐이다.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이 있었음에도 <노르웨이의 숲>이란 원제로 유명한 소설인데, 당시는 번안 제목과 원제를 구별하지 못한 무지몽매한 시절이라 서로 다른 소설로 알고 있었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 초현실주의를 구현하고 있는데 유독 <상실의 시대>만 현실적인 감각이 반영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새롭고 색다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으로 출간되었으나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후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붐이 일어났고,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키친 책이라고 평가받는다.



 이후 무라키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탁원한 감각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고, 당시 이과생이었던 나에게 혹시라도 내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마저도 감히 할 수 없었기에 언제나 그의 문장은 나에게 신의 영역과도 같았다.


 항상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지만, 상상했던 대로 내가 뜻했던 대로 되지는 않았다. 늘 마음속에서 꿈만 꾸고 있었을 뿐, 단 한 번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나 늘 똑같은 그의 하루 루틴을 알게 된 후, 한 번 따라 해볼까 잠시 생각한 적도 있지만 늘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긴 적은 없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몇 편을 읽은 후, 그의 문장을 따라 적는 필사를 한 후 막연하게 나도 그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사로잡혀 도서관에서 그의 책을 마구잡이로 읽으며 엉뚱한 상상을 했다. 내 일상을 하루키의 루틴대로 행동한다면 나도 그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틈나는 대로 그를 따라 하기 위해 애썼다.



 특정 시간을 정해서 글쓰기 연습을 했고 책 읽기와 필사를 병행하며 무작정 문장을 따라 적었다. 글쓰기가 일상에 조금씩 자리 잡고 있을 때쯤, '작가의 체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의 체력을 가지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져 그의 일상을 찾아보니 그가 러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쓴 에세이에 적힌 그의 바람대로 '작가이자 러너'인 존재가 되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과업을 하는 그의 일상을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달리기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였고, 나도 그처럼 작가이자 러너가 되기 위해 그의 일상을 모방하였다.


 정적인 글쓰기와 동적인 달리기가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기에 이 두 가지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행동해 보니 작가에게 달리기만큼 필수적인 루틴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도의 창작에 집념해야 하는 작가의 창의력은 풍부한 상상력과 깊은 사유의 힘에서 비롯되지만, 이 힘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근원은 책상에 앉아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엉덩이의 힘'에서 비롯된다. 만약 엉덩이의 힘이 부족하다면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다.


 달리기는 이 엉덩이의 힘을 만들어 준다. 머릿속을 혼란하게 만드는 가득 채운 생각의 단편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단어를 문장으로 연결하는 생산적인 시간이 달리는 행위 중에 일어난다는 것을 느낀다. 상쾌한 바람이 콧속으로 들어와 복잡한 머릿속을 정화시키고 새로움으로 환기시키는 호흡과 순환의 순간이 작가를 위해 달리기를 해야 하는 목적이며 이유이다.


 오늘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닮기 위해 글쓰기와 달리기를 해야 할 이유를 만들며, 절대 그와 같은 수준이 될 수는 없지만 매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와 같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의 일상을 모방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구절을 되뇌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한다.


#작가이자러너

#무라카미하루키

#상실의시대

#글쓰기

#달리기

#몹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