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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 Sep 09. 2024

인간 태초의 활동

달리기는 본능이다

 웬만하면 달리지 않았던 내가 요즘은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한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한 것도 아닌데 굳이 달리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달리기를 해요"라고 묻는 질문에 "건강해지려고 달려요"라는 대답은 충분하지 않았는지 미심쩍은 표정으로 보는 것 같아, 나에게 스스로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를 물어보았다. 한 달 넘게 생각해 보았지만 그럴싸한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무엇 때문에 달리는지를 찾기보다는 그냥 매일 달리기를 했다.


 새벽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면 참 좋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달릴 때 생각이 많으면 고민하다가 달리기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많다. 조금만 숨이 차도 멈추고 싶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덜 달릴 핑곗거리를 찾느라 머리가 복잡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달리기를 하면 오직 완주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달릴 수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정도로 달린 것은 없다. 8월 한 달 동안 총 125km를 달렸는 데,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달린 거리를 다 합쳐도 100km도 안 될 것이다. 그리고 9월에는 무려 180km의 거리를 달릴 계획을 짜고 실행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할 때가 많다. 과연 내가 맞는지, 내가 알고 있던 나인지를 스스로 반문하면서도 나는 매일 달리고, 또 달릴 뿐이다. 사실 가족들도 내가 달리는 것 자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가족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냥 달리기가 좋아서 달리는 것뿐이다.



 지각을 할지언정 절대 달리지 않았던 내가 새벽마다 달리기를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거친 호흡을 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오히려 달리기를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날이 무엇인가를 하지 않았다는 찜찜함으로 하루 종일 고통받기 일쑤이고, 아이도 오늘은 무엇 때문에 달리지 않았는지를 꼬치꼬치 깨물으며 나를 괴롭게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저런 모습이 싫어 달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고 매일 달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일의 달리기를 준비하고 있다.


 

 9월의 달리기를 한 지 9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8월에 달린 125km의 절반 정도 되는 62km를 달렸고, 남은 21일 동안 최선을 다해 180km 달리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누적 거리 250km를 달려야 하는 나이키 런 클럽 그린 러닝 레벨을 올해 안에만 달성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운 좋게 이번 달에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비결은 매일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달렸기 때문이다.


 이런 페이스면 10월에 열리는 <기부런 6K>도 무난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난생처음으로 참가하는 10km 마라톤 대회에서도 완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대회 당일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처음 참가하는 대회에서 포기하지 않고 부상 없이 완주하자는 목표는 꼭 이루고 싶다. 물론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은 피곤할 수도 있는 활동적인 행위이지만, 내 몸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수시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며 내일도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상태로 회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 내 일상 속에서 달리기는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원래부터 인간에게 달리기는 본능과도 같은 행위였다.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이 리드미컬하게 네 발로 달리는 맹수를 피해 생존의 욕구를 분출하는 것은 태초부터 일상적인 행위이자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었다. 아직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맹수와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들을 피해 빠르게 달리는 것뿐이었다. 물론 맹수보다 느린 인간은 잡아 먹히며, 점점 맹수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인간만이 남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의 길을 만나 철을 다룰 줄 알게 된 인간은 굳이 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철로 맹수를 위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사냥하며 도륙하기에 이르렀다. 오히려 맹수가 인간을 피해 도망가며, 인간은 말을 타고 그들을 뒤쫓으며 화살을 쏘고 창을 던지며 그들을 사로잡았다. 말을 길들이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굳이 힘들게 달릴 필요를 더 이상 느끼지 못했고, 달릴 필요도 없었다.


 시대가 점점 발전하면서 말은 마차를 이끌고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었고, 이제는 어디서나 자동차나 모터 사이클을 타고 이동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늘 자동차만 타고 다니는 사람의 다리는 점점 얇아져 갔고, 근육의 힘도 점점 잃어갔다. 태곳적부터 맹수를 피해 달렸던 인간의 강인한 다리는 사라졌고, 원래 강인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마저도 점점 잊어갔다.



 달리는 법을 잊어버린 인간에게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이라는 현대인의 병이 찾아왔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고혈압 전조 단계, 110~120 정도의 수치를 보였던 공복혈당과 고지혈증이 싹 사라졌다. 한 달 정도 달리기를 했을 뿐인데 혈압과 공복혈당 모두 정상 범위이며 고도비만의 수치를 보였던 체중도 이제 과체중의 단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두 달 만에 얻은 인생을 바꾼 큰 성과이다.



 병들어 가고 있던 내 몸은 과일 단식과 달리기를 통해 점점 건강함을 회복하고 있고, 태곳적 맹수를 피해 달렸던 인간처럼 매일 과거의 나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으름의 추격을 피해 건강함으로 달려간다. 아직 게으름의 추격을 따돌릴 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달리기를 하기 전과는 달리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것이 매일 반복한 노력의 결과이자 앞으로 하프 마라톤과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게 할 초석이 될 것이다.


 8월의 무더위와 싸우며 달린 시간 동안, 달리기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달리기를 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건강한 존재가 되어, 자연의 생존법칙과 싸우며 현대 문명 속에서 나만의 생존 비결을 통해 건강함을 유지하는 현시인(현대를 사는 원시인 )의 살을 살 것이다. 인간 태초의 활동이자 인간의 본능인 달리기를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인간의 참된 모습으로 살려는 노력이 곧 변화의 시작이자 성장의 과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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