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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군 Jan 26. 2024

오해

J매니저

이번 주 이야기는 부득이하게 짧을 것 같다. 지독한 감기의 여파로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뜻하지 않는 오해를 받는 경우들이 있다. 대부분 이런 상황의 곤란함에 마주하게 되면 당황스러움과 더불어 억울함이 커진다. 이런 오해에 학습된 우리는 조심하거나 피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한다. 그럼에도 모든 공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나의 몸을 맞춘 조금은 웃프게 미화된 일화를 하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전 에피소드들에서도 J매니저와 나의 관계는 불편하고 어색함이 있다고 한 적이 있다. 뭐 그녀의 업무스타일이나 같은 나이라는 부분들도 있지만 더 거리감이 생긴 일화가 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일은 내가 매장을 들어오고 아마 5개월 정도가 되었을 것이다. 당시 업무에 대한 것을 습득하면서 나름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매장 사람들에 대한 익숙함이 생기면서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고 하였다.


매장 사람들도 점차 낯가림이 사라져 가는 나를  반겨주었다. 직원들과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업무가 끝나고 저녁을 같이 먹거나 가벼운 맥주 한잔을 하는 날들도 생겼다는 것은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날도 공식적인 회식은 아니었지만 매장 사람들과 친목도모를 위해 맥주를 먹기로 하였다. 직원들이 대부분 사는 곳들이 비슷하여서 귀가가 용이한 위치의 가게로 이동하였다.


안주판을 보고 치킨과 마른안주와 각 맥주 500CC를 주문하였다. 이런저런 힘들고 고단한 하루의 일상도 때론 시답지 않은 가십거리의 이야기들도 화기애애하게 하였다. 포근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고 미소가 지어졌다. 편안한 공기의 흐름에 사람들이 약간 취기가 돈 것 같았고 갑자기 이야기 중심에서 내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얼굴이  꽤나 붉어진 J매니저가 말을 걸었다.


나의 대한 칭찬을 하면서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보기와는 달리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는 말을 하였다. 왜 갑자기 화제가 내가 된 건지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J매니저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면서 취기 때문인지 계속 나에게 기대되거나 터치를 하였다. 이러한 모습들에 어쩔 줄 몰라하니 다른. 매니저들이 분위기를 둘이 뭐 있는 것 아니야 이상하게 몰아갔다.



조금 불편한 이 상황이 싫었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면서 손사래를 지으면서 적당히 분위기가 나빠지지 않게 잘 정리하려 하였다. 하지만 장난스러운 먹잇감을 가진 사람들은 놓아주지 않았다. 오해가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의 망설였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 일에 집중하고 잘하고 싶다. 그 외에는 조금 후순위로 생각을 한다. 이성에 딱히 관심이 없다라며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


일장연설의 말을 듣던 사람들 표정이 조금 변해가는 모습이 앗차 내가 너무 나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의 수습을 하였지만 바뀌어지지 않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파했다. 근데 또 하필 J매니저와 같은 방향이라 택시를 함께 타게 되었다. 적만만이 흐르는 공기에서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꺼내었다. 괜히 제가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하였다.


아니다는 말을 하면서 손사래 쳤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괜히 오해를 받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다라는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먼저 택시에서 내렸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녀와의 거리감은 한층 멀어지는 것 같았다. 며칠간 냉랭한 분위기가 돌았고 꽤나 눈치를 보았다. 하지만 이 고민의 문제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풀렸다.


실은 J매니저는 C스탭을 좋아한 것이다. 술자리가 있기 전에도 단둘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등의 일이 있었다. J매니저는 C군에게 몇 번의 고백을 하였지만 거절을 하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를 포기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하필 그 술자리가 고백에 차임 이후였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 자신이 C군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는 티를 내고 싶었고 질투심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나 혼자만의 오해로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그녀의 시야는 C군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포기가 되지 않고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 답답했던 것이다. 하지만 웬 심경의 변화인지 10번까지 찍힌 건 아니지만 몇 번의 도끼질에 C군은 넘어갔다. 나에 불편함은 둘의 공식 연애가 선포되면서 풀리고 말았다. 괜스레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거 같았다. 그 뒤로부터 더더욱 J매니저와는 거리감이 줄어들지 않았다. 지금은 웃고 이야기하지만 당시 이 오해의 고리가 걱정이 되었었다. 둘은 이후 C군이 퇴사하면서 관계가 끝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오래갔고 결혼까지 이어졌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기를 지독한. 감기의 여파로 휴지를 달고살고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일상의 붕괴가 지속되고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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