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성공 비밀을 담은 책인 ‘타이탄의 도구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타이탄들(=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첫 60분 동안 5가지 의식을 치른다고 합니다. 그들은 매일 잠자리 정리하기, 명상하기, 한 동작 5~10회 반복하기, 차 마시기, 아침 일기 쓰기 중 2~3가지의 작은 실천을 통해, 하루를 승리하는 아침으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2년 반 전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감명받아, 아침 일찍 일어나서 타이탄들의 아침 의식 5가지를 직접 실천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번 늦잠을 자던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목표치를 낮게 잡아서 제 몸에 어느 정도 적응의 시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아침 7시 기상부터 시작해서 2~3일에 10분씩 기상 시간을 당겼고 아침 의식도 처음에는 1~2가지만 실천했습니다. 그렇게 매번 작은 성취감과 함께 자신감을 얻어 조금씩 목표량을 늘렸고, 3월 개학 즈음에는 기상 시간을 새벽 5시 반까지 당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천을 해보니, 타이탄들의 5가지 의식보다는 새벽 기상 자체가 주는 의미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어있지 않은 시간에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작은 행동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이 성취감이 하루를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점 등이 저를 새벽 기상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3월 2일 개학날에 ‘6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도 나와 같이 새벽 기상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새벽 스터디’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절, 반 아이들과 저녁 시간에 진행했던 온라인 자습 스터디인 줌터디(=zoom에서 진행하는 자습 스터디)처럼 새벽에 일찍 기상해서 온라인상에서 서로 으쌰으쌰 응원을 하면서 같이 공부하는 것은 어떨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반 아이들에게 제안을 하니, 몇몇 아이들이 저와 함께 참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물론 의무가 참여가 아닌, 자율 참여로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반이 정한 새벽 스터디의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0. 평일은 6~7시, 주말은 7~8시에 스터디 진행
1. 6시에 온라인 수업 플랫폼으로 접속하기
2. 접속하면 바로 음소거 한 뒤, 채팅창에 1시간 동안 달성할 목표 적기
3.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공부 자극을 주기 위해,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 보여주기
4. 7시가 되면 목표 달성률을 채팅창에 적고 각자 반성하기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6시, 예상대로 아이들은 3명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개학 첫날부터 새벽 스터디 얘기를 꺼내는 담임 선생님이라니,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요? 저는 아이들의 저조한 참여율에 실망하지 않고, 직접 반 아이들에게 꾸준함의 힘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습니다.
3월 첫날에 비해 스터디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5명 정도 더 늘었습니다. 3월 초부터 저와 함께 꾸준히 스터디에 참여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새벽 스터디가 괜찮다고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준 덕분이었습니다. 이때 스터디에 참여를 하지 않는 친구들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처음 스터디를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새벽 6시 기상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 6시 넘어서 중간에 스터디에 접속하는 것도 괜찮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얘들아, 한두 번 6시에 들어와서 스터디하다가 바로 그만두는 것보다 매일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해. 10분만 공부하다가 가도 좋으니깐, 일단 스터디에 들어오는 것부터 시도해 보는 게 어때? 성공의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공부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야.”
아이들의 내적 동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때때로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도 했습니다.
“하루에 1시간씩 매일 새벽 공부 시간이 10년 동안 쌓이면 얼마나 쌓일까? 1년이면 365일, 그럼 365시간이고 10년이면 3650시간, 자그마치 남들보다 152일이란 시간을 더 벌 수 있어! 어마어마하지? 매일 1시간을 오직 너희들 자신만을 위해서 자기 계발을 한다고 생각해 봐. 10년 뒤에 너희들의 모습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주말에는 과고, 예고에 재학중인 옛제자들을 스터디에 초대해서 '공부 습관'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기도 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멋진 선배들을 보고 자극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언니·오빠들 보고 결심했어요! 앞으로 저 진짜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5월 말부터는 하루 평균 13명 정도의 아이들이 새벽 스터디에 참여했습니다. 이즈음부터 새벽 스터디는 저희 반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새벽 기상을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모닝콜을 해주기도 하고, 누가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나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아이들도 생겨났습니다. 각자의 속도와 공부스타일에 맞추어 자발적으로 함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새벽 스터디를 반년 동안 진행해 본 결과, 새벽 스터디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자기효능감(=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이 높아집니다. 아이들은 남들이 대부분 자는 시간에 새벽 기상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아침 기상과 스터디로 하루의 시작을 성공으로 보냄으로써, 하루의 나머지 시간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습니다.
둘째, 하루가 더 길어집니다. 똑같은 수면시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밤 시간에는 가족들, TV, 휴대폰 등 무언가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시간에는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같은 시간이라도 시간의 밀도가 다릅니다. 체감상 저녁시간에 비해 2~3배 정도의 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
셋째, 집중력이 높아져 하루가 여유로워집니다. 수면 형태는 크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아침형 인간에게 맞추어져 있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보통 8시 30분까지는 학교에 등교해야 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작시간은 8시 40분입니다. 미리 일찍 일어나서 머리를 맑게 깨운 아침형 인간에게 유리한 시스템이죠. 때문에 저희 반의 경우에도 새벽 스터디를 하는 친구들이 좀 더 학교 수업에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새벽에 자기계발을 하려면 일단 일찍 일어나야겠죠. 마지막으로 일찍 일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적어도 10시 반 이전에는 일찍 잠자리에 드세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잠을 줄여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수면량을 유지하되, 수면 시간을 앞당기세요. 그럼 빠르게 새벽 기상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처음 1~2주만 잘 견뎌보세요. 첫 1~2주는 갑작스럽게 수면 패턴이 변해, 몸이 적응을 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가 가장 몸이 힘들고 피곤한 시기입니다. 딱 2주만 버티면 괜찮아진다는 생각으로 버텨보세요. 실제로 3주째부터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전보다 일어나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셋째, 조금씩, 꾸준히를 실천해 보세요. 너무 처음부터 일찍 일어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기존의 기상시각보다 10분씩 당겨보세요. 며칠 성공하면 다시 10분씩 당기는 식으로 성공의 경험을 느끼면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환경설정을 해보세요.
자기효능감을 올려주고, 하루를 길게 만들어주고, 집중력까지 높여주는 팔방미인 새벽 스터디, 오늘부터 가족들과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새벽 스터디를 통해, 가족끼리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전보다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