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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부정적인 아이는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까요?

by 교실남

3월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아침에 이번에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한 혜진이의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번에 혜진이가 부회장 후보로 나가게 되었는데 교문 앞에서 선거 운동을 하더라고요. 어젯밤에 같이 해줄 친구가 있냐고 물어보니 안 물어봤다면서 그제야 여자 친구들에게 문자를 돌렸는데, 3명이 지아(상대 후보)를 도와주겠다고 했다네요. 2명은 누구도 안 도와준다고 그러고요.

이 상황에서 혜진이는 너무 놀라 한참을 울었고, 혼자 해보겠다고 했다가 결국 친구들 얼굴을 못 보겠다며 등교 거부 중입니다. 아침부터 이런 말씀 전해서 죄송합니다. 나중에 아이와 이야기 한 번 부탁드려요...


수업종이 치고 나서 30분 넘게 기다렸지만 혜진이는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혜진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혜진아, 학교에 나와서 선생님이랑 얘기해~ 기분 풀고~~ 좀 있다가 봐~~”


답장이 없어서 다시 한번 더 문자를 보냈습니다.

“혜진아 선생님 믿고 한 번 학교 나와 봐. 후회 안 할 거야.”


그제야 혜진이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선생님, 죄송한데 오늘은 나가기 힘들 거 같아요.”


“안 좋은 마음 상태로 혼자 집에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만 더 나지. 지금 애들 전부 전담 수업 갔으니깐 잠깐이라도 학교 나올래?”


“근데... 진짜 못 가겠어요. 애들 보면 조금 짜증 날 거 같기도 하고 학교에 있다가는 울 것 같아요.”


“음...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애들이 너를 싫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지금 친구들은 그냥 네가 아파서 못 나오는 걸로 알고 있어. 오히려 다들 걱정하던데? 일단 지금 애들 없을 때, 학교에 왔다가 영 기분이 안 좋으면 다시 집에 돌아가는 건 어때?”


“네... 알겠습니다. 챙겨서 갈게요.”


10분 뒤, 교실에 혜진이가 도착했고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애들이 저를 싫어하는 거 같아요. 이번에 부회장 선거 도와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도와주고... 친구관계 망한 거 같아요. 앞으로 어떻게 친구들 얼굴을 봐요?”


“혜진아, 정말 친구들이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친구들이 네가 싫었다면 이번에 너를 반장으로 뽑아주었을까?”


“...”


1(출처 교실남).jpg


당시 혜진이는 반 전체 인원 10명 중 8표로 이미 반장에 뽑힌 상태였습니다. 교칙상 반장도 전교부회장에 출마할 수 있었기에, 이번 선거에도 출마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경우는 그동안 선거운동에 신경 안 쓰고 있다가 전날 밤에 애들한테 연락을 한 네 잘못도 있지 않을까? 친구들이랑 입장 바꿔서 생각을 해 봐. 3명은 이미 지아를 도와주기로 약속을 한 상태니깐 네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테고, 나머지 친구들은 지아나 너한테 둘 다 미안하니깐 거절을 하지 않았겠어? 네가 친구들에게 일주일 전에만 얘기를 했어도 도와주는 친구들이 충분히 있었을 거 같은데?”


“음... 제가 늦게 말한 잘못도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우리 반 인원수가 10명밖에 되지 않잖아. 사실 인원수가 더 많았더라면 늦게 말했더라도 너를 도와줄 수 있는 친구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 이러한 어쩔 수 없는 환경적 측면도 고려했으면 좋겠어.”

“아...”


얼마 뒤, 전담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왔고 혜진이가 아파서 아침에 못 온 걸로 알고 있는 지아를 포함한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혜진이에게 다가왔습니다.


“혜진아, 몸은 좀 괜찮아? 걱정했잖아.”


어젯밤 혜진이의 제안을 거절한 몇몇 아이들이 혜진이에게 미안했나 봅니다. 이번 선거의 라이벌인 지아도 아침 선거 활동을 하면서 신경이 쓰였는지, 점심시간에 다 같이 모여 오해를 풀었습니다.


“혜진아, 미안해. 내가 너라도 기분이 나빴을 거야.”


“아니야, 나도 미안해. 내가 너무 늦게 말을 한 거 같아.”


하교 시간 이후 혜진이와 다시 상담을 했습니다.

“혜진아, 지금은 기분이 어때?”


“어... 좋은데요?”


“만약에 부정적인 기분 상태를 계속 유지한 채로 오늘 학교에 안 왔으면 어땠을 거 같아?”


“음... 지금까지도 계속 힘들었겠죠?”


“봐봐. 똑같은 상황인데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해석을 하면 행동이 바뀌고 결과가 변하잖아. 이런 걸 심리학 용어로 리프레이밍이라고 하거든. 모든 상황에는 장단점이 있어. 장점만 있거나 단점만 있는 상황은 없어. 다시 말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리프레이밍을 하면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는 거야. 이번 계기로 선생님은 네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습관을 길들였으면 좋겠어.”

“네, 명심할게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2(출처 프리픽).jpg 출처: 프리픽


하지만 혜진이의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시험을 망친 뒤 비교와 자책 때문에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수준별 영어수업을 하는데 반 레벨이 강등되어서 자존심 상한다고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고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는 등 또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었습니다. 대부분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으로 인한 결과였죠.


저도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건 머리로만 이해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지도 방향을 잡았습니다. 첫 번째는 모델링이었습니다. 교사인 제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혜진이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혜진이가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하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 해석의 성공 경험이었습니다. 긍정적 해석을 통해, 상황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자신의 마음도 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혜진이의 긍정적 마인드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복탄력성의 저자 김주환 교수에 따르면 긍정적 정서는 창의성의 증가와 학습 능력의 향상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사유와 마음을 갖게 해 준다고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부정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약화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긍정적 정서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진취성과 도전성도 키워준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제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과정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올해 우리 학교로 발령받고 난 뒤에 이전 학교보다 업무가 4배 이상 늘어났거든.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음... 월급은 똑같은데 일만 많아지면 좀 짜증 날 거 같아요. 저희들이 보기에 매 번 선생님만 힘들게 일하시는 거 같기도 하고...”


“항상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얘기를 했지. 상황에는 항상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같이 있다고. 부정적인 측면에 빠져서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면 피해자 의식에 빠지기 쉬워. 그런 상태에서는 즐겁게 자율적으로 뭔가를 하기가 힘들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이 있잖아? 선생님은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어. 많은 업무들을 즐겁게 추진하면서 어느 순간 보니깐 선생님의 업무 실력이 엄청 늘어있더라고. 이전보다 일도 훨씬 빨리하고. 업무 추진 능력이 오르면서 너희들이랑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나 행사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어. 일도 하다 보니깐 재미있더라고. 열심히 하다 보니 주변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칭찬이나 인정도 받게 되고. 이게 다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 하나로 그렇게 된 거야. 놀랍지 않니?”


3(출처 프리픽).jpg 출처: 프리픽


저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는지 한동안 혜진이는 표정이 편안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또 한 번 사건이 터졌습니다. 반 친구들 모두 생존수영을 가는데 혜진이 혼자만 안 가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가관이었습니다.

“그냥 가기 싫어요. 뭔가 기분이 안 좋아요. 그리고 제가 물을 싫어하거든요. 아무튼 가기 싫어요. 부모님께서도 안 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이대로 놔두면 돌이킬 수 없을 거 같아서 혜진이를 설득하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직접 보여주었던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 방법과 함께요.

“혜진아, 선생님이랑 수영장에 갔을 때랑 안 갔을 때의 장단점을 한 번 살펴볼까? 그래도 그냥 안 가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안 가는 게 더 낫잖아.”


“(마지못해) 네...”


혜진이와 의논을 한 결과 수영장을 안 갔을 때의 장점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수영장을 갔을 때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았습니다.

“수영도 배울 수 있고,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 수도 있고. 집에서 심심하지 않아서 좋고. 이번 도전으로 혜진이의 한계도 깰 수 있고. 얼마나 장점이 많니?”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안 갈 이유가 없는 거 같아요. 선생님 그냥 저 갈게요.”


“혜진아, 네 기분대로 행동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어. 특히나 인간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도록 유전자가 세팅되어 있거든? 네가 두려운 감정이나 기분을 느낀다고 해서, 꼭 그 상황이 안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거 반드시 기억하도록!”


“네, 선생님!”


4(출처 교실남).jpg


그렇게 생존수영에 참여하게 된 혜진이는 3일 동안 그 누구보다 신나게 수영 활동을 즐겼습니다. 심지어는 자발적으로 친구들 앞에서 수영 시범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혜진아 기분이 어때?”


“너무 좋아요. 선생님 말씀대로 항상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이번에 수영 안 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어요.”


그 뒤로 혜진이에게 친구 간 갈등, 성적 등 몇 번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더 이상 혜진이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긍정적 상황 해석으로 혜진이는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혹시 평소에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거나 인간관계나 직장 생활이 힘드지 않으신가요? 그럼 혜진이처럼 리프레이밍 전략을 한 번 사용해 보는 건 어떤가요? 아무리 불행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분명 장점은 있습니다. 오늘도 긍정적인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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