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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별 Dec 07. 2024

초등학생 5학년, 나의 첫 사업 이야기

지우개에서 시작된 나의 도전

나의 첫 사업은 초등학교 5학년, 점토 한 덩이로 시작되었다. 손끝으로 빚어낸 점토가 오븐 속에서 마법처럼 지우개로 탄생하는 순간, 어린 내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당시 엄마와 함께 다니던 칼라믹스 공방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칼라믹스는 점토로 작품을 만들어 끓이거나 오븐에 구우면 지우개가 되는 독특한 재료였다. 엄마가 공방을 다니던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배우고 싶다고 졸랐고, 나도 함께 다니게 되었다. 학교가 끝나면 공방으로 달려가 점토를 만지작거리며 작은 소품을 만들었다.


평면과 입체로 모양을 만들어 액자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색의 점토를 섞어보기도 했다. 하나의 덩어리였던 클레이가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만질 때의 촉감이 즐거웠고, 완성된 작품을 손에 쥐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작품이 실용적인 지우개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느겼다.




그 시절 문구점에서 팔던 지우개들은 대부분 하얗고 네모난 모양이었다. ‘칼라믹스로 귀여운 지우개를 만들어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문구점에서 팔지 않는 토끼, 돼지, 강아지 등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지우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게 팔기로 마음 먹었다. 나름의 판매 전력을 세웠다. 가격은 300~500원으로 정했고, 아는 아이들이 많은 친구를 섭외했다. 지우개를 팔 때마다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판매 사원”이었다.


친구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하얀 네모 지우개만 보다가 토끼, 강아지의 귀여운 지우개를 본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이거 진짜 네가 만든거야? 너무 귀엽다!”

“와, 잘 지워지네! 신기해.”

칭찬을 들을 때마다 나는 뿌듯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일주일 정도 판매를 했는데 만원 가까이 벌었다. 당시 분식점에서 파는 컵떡볶이가 하나에 300원 정도 하던 시기였으니,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큰 돈이었다. 지우개를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느낀 짜릿한 성취감이었다. 어린 나이에 처음 느낀 “성공의 맛”이랄까.




하지만 이 행복이 오래가진 못했다. 아빠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나는 아빠가 내 사업적 재능을 자랑스러워할 거라 생각했지만,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아빠는 지우개를 들고 말없이 한참을 보시더니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학교는 장사하러 가는 곳이 아니다.”

나는 울컥했지만,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빠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학교에서 상업적인 활동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 시절 남편과 동대문 데이트를 갔었다. 당시 유행하던 원석 팔찌를 만들기 위해 원석과 이니셜 구슬을 구매했다. 원석을 고르고 배열하며 팔찌를 만드는 시간은 둘만의 작은 예술 시간 같았다. 완성된 커플 팔찌를 보고 서로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 팔찌를 만들며 느낀 즐거움은 마치 초등학교 때 칼라믹스 지우개를 만들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 기쁨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었다.


당시 운영하던 블로그에 그 과정을 기록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예쁘다. 팔아도 되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단순히 칭찬으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그 한 마디는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깨웠다. 내가 손으로 만든 무언가가 누군가에게 감탄과 기쁨을 준다는 사실.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알게 된 순간, 나는 결심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처음에는 작고 소소하게 시작했지만, 그 결심이 내 인생의 다음 장을 쓰는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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