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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by 마늘






내가 아저씨의 탁월한 몸매를 가진 A 씨를 처음 만난 곳은 도쿄에 있는 모리미술관에서였다. 당시 그는 그 어떤 아저씨들 보다도 더 아저씨스러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축 늘어진 어깨와 앞으로 굽은 목, 펑퍼짐하기 나온 배는 윗 배보다 아랫배가 항아리처럼 더 볼록했다. 허리 쪽으로는 군살이 붙어 있었고 그 살은 엉덩이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얼굴 역시 아저씨스러웠는데 이마에 가로로 두줄의 주름이 언뜻언뜻 보였으며, 살짝 미간을 찌푸릴 때는 광대뼈의 살이 밀려 올라와서 크지 않은 눈을 더 작게 만들었다. 도톰하지만 탄력 없는 입술과 입을 열 때마다 보이는 누레지기 시작하는 이빨 역시 그를 아저씨처럼 보이게 한 몫했다. 목과 입 옆 쪽에 점이 있었지만 너무 추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어찌 보면 그게 더 아저씨스러웠다. 스쳐 지나가며 그를 보게 되는 모든 사람들은 당연히 그가 아저씨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한 때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나 조차도 그가 내 옆을 지나가며,


"어머니, 저 아직 24살이에요. 여자 친구도 없고 아직 결혼할 생각도 없다고요. 그러니 자꾸 소개팅 좀 해라, 같은 말 좀 그만해주셨으면..."


의 전화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듣기 전까지는 그를 그냥 아저씨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와의 전화 내용을 어쩌다 듣게 된 나는 그에게서 어떤 희망을 보게 되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다시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을 기획해 봐야겠다는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그의 뒤에서 기다리며 그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 5분 정도 어머니와 옥신각신하던 그는 전화를 끊었고 나는 그에게 접근해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가진 자의 여유랄까? 처음에는 나의 이야기를 시답잖게 듣기 시작하던 그는 한 시간이나 계속되는 나의 설득에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나의 팀에는 강력한 우승후보가 한 명 생긴 것이다. A 씨와 헤어진 나는 바로 제2회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를 준비해 열게 된다. 이미 여러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해 본 적이 있었고 제1회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까지 기획, 진행해 본 적이 있던 터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요즘 들어 너무 인기가 많은 아저씨들, 그리고 그중 좀 더 아저씨다운 아저씨를 뽑는 대회가 많이 늘었지만 우리 <아저씨 몸매 그랑프리 대회>는 세계 최초의 아저씨 선발 대회임을 자랑한다. 우리는 0.0001인치까지 측정되는 전자 줄자, 부위 부위의 근육량과 지방, 체지방, 주름의 깊이 등이 측정되는 저울, 사진을 찍어 가장 이상적인 아저씨 얼굴과 비교해 주는 4d스캐너 등이 도입할 예정이다. 요즘 한 물간 미스 유니버스, 미스터 유니버스, 각종 슈퍼모델들이 아저씨 후보들이 앉는 자리 청소와 마사지 등을 도와줄 예정이며 팁도 무료. 자, 어떤가? 요즘 가장 핫 한 아저씨들을 만나러 오는 비용은 일 인 당 1,000,000$. 인기 아저씨에게는 총 , 1000,000,000$ 의 상금이 주어진다. 뱃살을 늘려주는 약물 주사나 털이 있는 점을 심는 행위, 하얀 이를 누렇게 만드는 시술은 불법행위로 간주되니 주의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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