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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비엔나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by 마늘







이곳, 비엔나의 도나우강어귀에서 나는 <줄줄이 비엔나>라는 제목의 단편 소설 초고를 완성한다. 완성한 후에 첫 문장부터 소리 내서 한 번 쭉 읽어 내려가던 나는 두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소설 <줄줄이 비엔나>는 물에 빠진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비엔나의 도나우강에 뛰어든 주인이 사실은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이었던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30년이 넘도록 싱글로 살아온 그는 오늘 이놈의 개 때문에, (매일같이 하루에 열댓 번씩 배를 긁어주고, 한 시간씩 산책을 시켜야 했으며 어떤 때는 주인인 그보다 더 좋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는)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해보고 물에 빠지게 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개를 위하여 물로 뛰어들었지만 물에 빠지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수영을 못한다는 것에 대해 깨닫게 되고 살기 위해 그간 책으로만 봐오던 개헤엄부터 접영까지 모두 시도해본다. 그러나 결국 그는 얼음보다 차가운 물과 흐르는 세월보다 빠른 물살 덕에 체념을 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물에 뛰어든 이가 있으니 김연아의 몸매에 역시 김연아와 닮은, 아니 사실은 김연아 일지도 모르는 그녀. 하지만 그녀 역시 맥주병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결국 그녀도 그와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죽음을 앞둔 찰나의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길게 늘어지며 결국 그들은 죽게 된다. 웬일 인지 그들은 죽은 뒤 현실보다 더 좋은 세상으로 가게 되고 그들은 그곳에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다.



자, 그럼 여기서 잠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의 두 가지 고민을 이야기해보면, 첫 번째로 이 픽션 단편소설은 <줄줄이 비엔나>라는 제목인데 고작 세 명이 (두 명과 한 마리) 줄줄이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좀 아쉽다. 그래서 기왕이면 그들의 부모님과 친구들까지 최소 열 명 이상은 물에 빠뜨려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제목과 어울리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주인공 대신 내가 물에 빠지는 것이 여자 주인공과 더 잘 어울리지 않나 하는 것인데... 어쩔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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