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저는 이성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넓고 이성은 많아요. 그리고 내가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보다 젊은 이성은 많아지게 되죠. 외모를 중심으로 연인을 찾고 만나다 보면 계속 젊고 더 아름다운 것만 찾게 돼요. 한도 끝도 없는 Mobius's Band 같은 거예요. 그러면서 늙어가는 거죠. 요는 외모보다는 relationship이에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소통하느냐가 외모보다 중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relationship을 가지고 연애, 혹은 결혼 생활을 하게 되면 실패할 일이 없어요. 결국에는 사랑도 믿음인 거라고요."
라며 중간중간 영어를 섞어 말하던 영화감독이 있었다. 나는 그의 작품이나 그의 신념을 무척 좋아했다. 위 인터뷰는 십 년 전 영화잡지에 있는 그의 인터뷰를 일부 발췌한 것인데, (인터뷰 질문은 아름다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그는 이 인터뷰 이후로 세 번을 결혼했고, 네 번이나 이혼했다. 결혼은 세 번 밖에 안 했는데 어찌 이혼은 네 번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르지만... 더 아이러니 한 건 그가 공개적으로 결혼한 모든 여자들이 20대 초반의 모델 혹은 배우였다는 것이다. 그런 그를 십 년 이상 봐오면서 더욱 그의 팬으로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지금까지 일 년에 한 번 이상 꾸준하게 발행하고 있는 저서들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법 (1978)
그대도 사랑을 하고 있나요? (1979)
나는 크렌베리 주스다! (1980)
20살 연하와 결혼하는 법 (1981)
이혼 또는 새로운 시작, 그리고 파스타 만들기 (1982)
사랑의 불시착 (1983)
BB탄 살인마 (1983)
내가 꽃이 된다면 (1984) 시집
싱글을 위한 생존 요리 (1985) 요리책
두 번의 결혼, 후퇴는 없다. (1986)
두 번의 이혼, 후회는 없다. (1987)
결혼과 이혼, 어렵지 않다. (1987)
솔라 패널 (1988)
사실 나는 유부남이다. (1988)
궤변론자로 살아가기. (1989)
현재 그는 50이 넘는 나이에 20대 초반의 세계 톱 모델과 열애 중이다. 얼마 전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올해 쓸 책 한 권을 쓰려하는데 말이야... ' 1. 다시 태어나기, 2. 다시 돌아온 이십 대, 3. 영원한 사랑꾼, 4. 도박은 싫어요.' 이 중 어떤 제목이 자네 생각에는 가장 나은가? "
라고 물었고, 나는 나지막하게
"내일은 늦으리, 가 어떨까요?"
라고 대답해 오래간 만에 그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