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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심청

마늘 단편 -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 들

by 마늘






그녀는 명절을 맞아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부모님은

"건강하고, 올해는 꼭 남자 친구 만들고, 일도 열심히 하렴."

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일 죽을 수도 있으니 건강은 필요 없어요. 삼 년째 솔로 생활이니 이제 저한테 결혼 같은 건 기대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저는 평생 놀아서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일은 잘할 줄 아는 사람이 평생 다람쥐 챗 바퀴 돌 듯 일하며 일해서 번 돈으로 빚내서 집도 사고, 평생 그 빚 갚으며 사는 거죠. 뭐."


그녀는 정말 땅이 꺼질 것 같은 한 숨소리를 전화기를 통해 들었고, 갑자기 전화는 끊겼다. 그녀는 명절 때마다 전화기를 부수어 버리는 부모님께 또 신형 스마트폰을 사드릴 생각을 하며 무척 기뻐했다. 그녀는 진정한 효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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