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크래프트의 늪지의 괴물에 빠지다.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by 마늘




크로아티아에 있는 작은 도시 파그의 해변에서 바다를 보고 있던 나에게 쇼핑을 마친 그녀가 다가왔다.

"많이 기다렸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던 거야?"

나는 바다를 더 보고 싶었고, 지금 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신이 바다를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당신은 늘 바다보다 산이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잖아. 어때? 지금은 바다가 좋아? 아니면 산이 좋아?"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 정답을 그대로 말했다.


"네가 좋아."


그녀는 원했던 답을 들은 것에 대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바로 일어났다.

"알았어. 바다를 더 보고 싶다는 거지? 방해하지 않을게요. 난 조금 더 파그 섬을 둘러보고 올게요."

그녀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윽고 나는 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다니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 여행이 끝나면 요트 자격증을 따자. 집과 필요 없는 것들을 정리하면 요트 한 대와 한동안 여행 다닐 경비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더 이상 이렇게 바다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이 곳에 없다. 나는 더 이상 바다와 요트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없었다. 점점 발목에서부터 느릿느릿 영혼을 잠식해오는, 마치 크툴르 신화에 나오는 어둠의 지역 같은 노르웨이의 겨울 늪지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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