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모습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by 마늘




그는 무엇이든 잘 잃어버리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그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술에 만취한 그가 있는 곳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데려 온 적도 있었고, 전화 연락이 3일간 안돼서 걱정이 돼 그의 단골 술집에 가봤더니 핸드폰을 잃어버려 3일째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했다. 사람의 이름도 자주 잊어버려서 친구들의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것은 일상 다반사였고, 술에 취하면 자기 집에 가는 길도 못 찾는 경우가 많아서 종종 우리 집에 데려와 재우곤 했다. 매일 같이 걱정해주고 챙겨주는 내 이름조차 헷갈려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그였지만, 나는 그가 좋았다. 그리고 그런 그였기에 그의 곁에는 내가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그는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 한 번에 마셔대고 있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와 나의 관계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으니까. 그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늘 기억하고 싶은 우리의 관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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