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by 마늘




"있잖아. 문제가 생겼어. "

담담한 목소리로 그가 나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물론 친구들에게도 그가 가진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 그였기에, 지금 그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나는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뭔데?"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여섯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술을 마셔댔거든.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 술이 안 깨는 거야. 봐. 너에게는 멀쩡해 보이겠지만 지금이 술에 취해 헤롱 대고 있는 상태라고. 소리도 크게 지를 수 있고 지금 당장이라도 끝없는 말싸움을 할 수도 있어. 만약 화가 나면 이 큰 솥뚜껑 주먹으로 너를, 아니 너는 여자라 안돼.... 어쩌지. 너무나 걱정돼. 술이 평생 안 깨고 이 멍한 상태가 계속되면 어쩌나 하고."

나는 대답했다.

"자기야, 한동안 술을 안 마시면 되지 않아? 그러면 되잖아."

그는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이미 이 주째 술을 안 마시고 있다고!"

그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난 저주받은 거야. 저주받은 거라고. 인스브루크의 노르데케를 등산할 때 달팽이를 밟아서인가. 아, 그 달팽이를 밟을 때가 아직도 내 기억에 선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고. 그럴 수 있었다고. 그런데 이미 등산에 지쳐 있었던 나는 달팽이를 피하는 것보다는 그냥 밟고 가는 것을 택했어. 하지만 그 직후 회계했다고. 나무아미타불과 아멘을 번갈아 외쳐가며. 아, 아, 아니다, 아니야. 뒤셀도르프의 중국음식 가판대에 꽂혀 있는 나무젓가락을 봤을 때 여행 다닐 때 유용할 것 같아서 빠르게, 아주 빠르게 몇 개를 슬쩍해서 손에 있는 종이봉투에 넣었는데 그것 때문인가? 설마... 그 젓가락은 누들요리만 사도 몇 개는 무료로 챙겨갈 수 있는 젓가락이라고. 단지 주인에게 이야기 안 하고 가지고 나온 것뿐인데, 설마 그 일 때문에 내가..."

그는 이후에도 독백인지 회계인지 모를 중얼거림과 함께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술을 한 잔도 못 마시는 나에게는 이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을 처음 만난 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이 사람은 술을 마셨었고, 사실 처음으로 이렇게 독특한 고백을 한 것 외에는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있는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연다. 하늘은 어둡다. 스톡홀름의 티브이 타워 꼭대기에 찔린 구름이 금방이라도 빗물을 토해낼 듯하다. 바람이라도 불면, 바람이라도 불면.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그는 이제 없다. 나는 언젠가 그가 남기고 간 빈 소주병을 바라보고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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