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마늘 단편 - 그와 그녀의 이야기

by 마늘





"나는 분명 가만히 있거나 천천히 가고 있는데 주변의 것들이 너무 빨리 돌아가고 있어서 어지러워."

라는 그의 지겨운 궤변에,

"그래. 이제부터 당신도 매일같이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거나 술만 마시지 말고 주변의 것들처럼 빨리 움직이면 어때? 일주일에 겨우 두세 번 하는 데이트도 늘 당신 집에서 하고 그때마다 당신 집 청소하고 게임하는 거 거들어주는 것도 지겹다. 정말. 나도 남자 친구와 체르마트 같은 곳도 거닐고 하고 싶다고."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더니 내 앞에 섰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살짝 허리를 숙이며 내 얼굴을 향해 라이트 펀치를 날렸다.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비틀어 피한 뒤 오른 손바닥을 최대한 펴서 그의 오른팔에 크로스로 그의 오른뺨을 세게 갈겼다. 짝. 큰소리가 났고 그는 비틀대며 몸을 가눈 뒤 주방으로 걸어갔다. 아차! 그녀는 이제야 생각났다. 오늘 점심메뉴가 토마토 계란 스크램블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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