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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맑은 하늘과 같은 치아

걸어야 보이는 더 많은 것들 - 마늘 단편 

by 마늘 Aug 12. 2020






"아니!!!"

스케일링을 하던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의료도구를 내 입 근처에서 급히 거두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어오어아 괭ㅏㄴㅇㄷㄱㅈㄴ?"

희한하게 내 말을 알아들은 그녀는 말했다.

"잠시만요,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올게요."

나는 침도 제대로 삼키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의사를 기다렸고 잠시 뒤 도착한 의사는 간호사의 손짓에 따라 내 치아를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 거죠?"

"ㅇ노ㅜㅑㅐㅠㅡㅜㅐㅑㅈ뱌ㅜㅈㅍ?"

입 안에 침과 약품이 잔뜩 있어서 말도 잘 못하는 나의 입안을 깨끗이 헹구어 준 뒤 의사는 내 대답을 기다렸다.

"네? 뭐가요?"

나는 의사에게 되물었다.

"아, 아, 이거 제가 너무 성급했군요.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자면...".

으로 시작된 그의 이야기를 추리면, 내 치아들 전부가 갓 태어난 아이의 이빨처럼 무척이나 건강하다는 심플한 내용이었다. 

"혹시 이런 이유에 대해 생각나시는 게 있을까요?"

의사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흠. 아마도 제가 양치질을 잘 안 해서가 아닐까요? 전 의외로 씻는 걸 귀찮아해서 이삼일에 한 번 씻을 때도 있고 양치 같은 건 흠, 데이트 전이나 긴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하곤 해서.".


"정말 놀랍군요. 치아가 정말 너무, 너무 건강해요. 좀 누런 거 빼놓고는 완벽하단 말입니다! 이거 대단한 발견이에요. 1950년대생인 당신이 이런 어린아이의 치아를 가지고 있다는 건 말이죠. 서둘러 학계에 보고부터, 아니.. 아니지. 혹시 말이오. 저기, 당신 치아를 제게 팔 수 있을까요? 제가 무척 좋은 치아로 바꿔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원하는 만큼의 보상도 해드리리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미 결혼을 한 자식들은 나를 자꾸 실버타운에 넣으려 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 만나 사랑에 빠진 30대의 여성인 지니와 크로아티아의 해변에서 바다수영을 즐기려면 적잖은 돈이 필요할 것 같긴 해서였다.

의사는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치아는 마치 맑은 날의 비엔나 하늘 같아요."



맑은 날의 비엔나 하늘이라. 나는 아직 비엔나에 가보지 못했다. 내 머릿속에서 맑은 날의 비엔나 하늘과 크로아티아 두부르니크의 해안가가 오버랩된다. 그리고 한 달 전 사랑에 빠진 검은 긴 머리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나와는 나이가 40살 차이가 나는 사랑스러운 그녀도. 


"좋소. 몽땅 뽑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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