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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라서 미안

 - 병원 스토리 4 화 (2019년 초)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병원에 나가니 난리가 나 있었다. 올해 인턴 선생님 지원이 4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 정원이 30명이 넘는데 4명이라니 턱없이 모자란 숫자였다. 작년에만 해도 우리 병원의 인턴 모집 시 31명 정원에 35명이 지원하여 경쟁이 있었는데 1  년 만에 이런 일이 발생하니 교육수련 부장님과 그 부서가 난리가 날 만하다.


 과거 인턴 선생님이란 어찌 보면 병원 안 의사를 계급사회로 바라본다면 가장 낮은 단계였다. 그러다 보니 인턴은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어야 하기에 '인턴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방법'이란 유머가 의사 사회에 있었다. '인턴이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가 답이다. 이게 뭔 황당한 이야기냐고 하시겠지만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할 정도로 인턴이란 전공의, 전문의가 시키는 일을 꼭 시행해야 한다는 과거의 인식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인턴 지원이 극적으로 감소한 이유가 작년에 이 병원에서 인턴을 하다가 그만둔 선생님이 SNS에 올린 글 때문이라고 했다. 그 선생님은 인턴 성적에 불만을 품고 병원을 그만두었다고 하는데 의도적으로 이 병원이 정말로 인턴으로 일하기에는 부당한 업무가 많은 직장이라는 식으로 의과 대학 졸업생들이 보는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고 한다. 병원과 교육 수련부가 비상인 관계로 비상 의무직 회의가 열리고 우리 과 의국장 선생님께서 회의에 참석한 후 결과를 알려 주었다. 


 카페에도 이에 대한 병원 측 의견을 낼 예정이며 일단 급한 대로 다른 인력(응급 구조사, 전문 간호사)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참으로 큰일이었다. 인턴 선생님들이 병원에서 하는 업무는 각 과 별로 다르지만 일단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수련에 필요한 과를 돌고 나머지 본인이 원하는 과를 정하여 스케줄을 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주로 인턴 선생님께서 주취의 역할을 해야 하는 전공의가 없는 흉부외과나 비뇨기과 경우 인턴 선생님들의 스케줄에 꼭 포함시키고 있다.


 인턴 선생님들이 배정이 안 되면 업무에 차질이 생길 과들이 이렇게 전공의가 없는 과들이 것이다. 우리 과의 경우에도 회복실에서 인턴 선생님들이 환자들의 마취 회복에 대해 진료를 담당하고 있기에 이곳에 인력이 비게 된다.     


 의국장 선생님께서 회의 시 받았다는 그 SNS의 글을 의국에 모인 전문의 선생님들이 읽어 보았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줄임말이나 그 들 세대만의 단어들이 너무 많아 반밖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장문의 글을 읽은 전문의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그 인턴 선생님이 부당하다고 했던 업무를 우리의 인턴 당시 우리 일이라고 생각하고 했던 일이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열심히 했던 일들이 그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업무로 바뀌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요즘은 전공의 보호법으로 인해 과거 우리가 수련받았을 때보다는 근무시간도 감소하고 월급도 많이 올라갔으며 대우 또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인턴 수련받을 때는 여자 인턴 10명이  당직 방 1개에 2층 침대 4개에서 생활하였다. 그 시절 모 대학 병원의 인턴으로 있던 친구의 당직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대학 병원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매한가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처에 샤워시설도 따로 없어 분만실 안에 있는 샤워실을 몰래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과거 이야기를 했다가는 꼰대라는 취급받기 딱 맞으니 전문의 꼰대들이 모였을 때만 이야기한다.    


 인턴의 지원이 적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인턴 선생님들에게 인턴으로서 하지 않아도 될 일이 있었는지 즉 의사로서의 업무 이외의 일 행정적인 업무나 잡일의 여부, 근무 조건, 즉 당직실 환경 개선에 대한 내부적인 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수련기관에서 혹여 관행처럼 하고 있는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원에서 인턴 선생님들이 상태가 나빠진 환자들의 옆에서 실시간으로 환자를 감시하고자 채혈을 하고 처방을 내는 일들이 그들의 업무가 아니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요즘 청년 다방이라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몰카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청년 다방의 화장실에는 동서남북으로 몰카가 설치되어 있다는 글을 어떤 분이 트위터에 올리고 이 글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가 이 업체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였다고 한다. 결국은 몰카에 대한 글은 허위임이 밝혀졌는데도 그 게시자는 계속 여성 혐오 발언이라면서 청년 다방을 압박하는 글을 올려 청년 다방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요즘같이 SNS에 나온 글들을 많이 보고 신뢰하는 사회에서는 가능한 사건이라고 하겠다. 페이스북인지 페이크 북(fakebook)인지, SNS가 양날의 검을 가졌다는 이진서 작가의 글처럼 나는 사실 SNS의 글들이나 뉴스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일들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읽을 뿐 진실은 기사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앞의 이런 SNS의 파장을 보면 이런 신뢰감과 안전성이 불확실한 SNS를 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혹은 SNS에 대해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 더 이상 SNS의 피해자가 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를 잘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SNS 활동이라고는 가족과 하는 카톡 밖에는 없다. 페이스북이며 블로그, 트위터, 인 스터 그램.. 등등 SNS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데 나는 작년부터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하였다. 한때는 동창 찾는다고 밴드라는 활동도 하고 카카오 스토리에 글도 올리고 카페 멤버 활동도 하였으나 모두 중단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작년에 겪은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평소에도 좀 야무지지 못한 구석이 많은 내가 여러 가지 보이스 피싱 사고를 접하면서 모든 SNS 활동을 그만두었다. 그야말로 잠수를 하고 싶었다. SNS라는 파도에서...    

 잠수를 하고 나니 전에는 그렇게 많이 오던 스팸 메일도 안 오고 이상한 교육업체들에서 오는 전화도 안 오고 핸드폰에 고요가 찾아왔다. 심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내가 왜 그렇게 SNS 활동을 많이 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횟수도 엄청 줄고 인터넷 서치도 꼭 필요한 것만 한다. 


 내가 꼰대인 건 확실하다. 꼰대의 어원이 학생들이 말하는 권위적인 선생님을 비꼬는 말이라고 한다. 번데기처럼 쪼글쪼글한 노인을 지칭하는 영남 사투리인 '꼰대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 프랑스에서 백작을 '콩테(comte)'라고 부르는데 이를 들은 일본 친일파들이 백작 등 작위를 받으면서 자신들을 백작이라고 불렀다고도 하고, 이를 본 사람들이 비꼬는 의미에서 꼰대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나는 이제 쪼글쪼글하고 권위적이지는 못하나 고지식한 선생님인 건 확실하니... 이런 꼰대가 본 요즘의 SNS는 그야말로 fakebook이라고 생각한다. 그 fakebook에 빠지면 정말 약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SNS를 잘 이용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으나 한편에서는 이를 통해 사기, 협박, 따돌림 등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 SNS 이용은 선택이며 어떻게 이용할지도 선택이다. 그러나 SNS가 현실과 다른 가상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범죄 행위는 꼭 근절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목: Roman Charity (부제: Cimon and Poer, 페테르 파울 루벤스 작품, 1625,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소장)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외설적인 장면으로 거부감이 들고 충분히 오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푸에르토리코의 독립투사와 그 딸이라는 잘못된 루머도 따라다니는 작품이다.  실제로는 로마 철학자인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쓴 7 권속에 들어있는 로마 이야기 중 하나이다. 노인의 이름이 Cimon으로 감옥에서 음식과 물이 금지되어있어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만나 딸 Poer가 해산한 지 얼마 안 되어 불어있는 자신의 젖을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물렸다고 한다. 이를 보고 감동한 간수들과 로마 법정이 Cimon을 감옥에서 풀어주었다고 전해진다. 선입견과 잘 못 퍼져 많은 오해와 오판을 만들어 내는 SNS의 모호한 정체를 보면 떠오르는 작품이다.

출처: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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