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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신화라 May 31. 2024

8회 중 다섯 번째 항암 입원

아빠의 보호자로

도심에 있던 병원이 KTX 역 앞으로 옮기고 꽤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이었다.

딱히 이 병원까지 올 이유도 없었고, 다른 큰 병원도 있고.


아빠는 월요일, 2박 3일 입원치료를 위해 병원을 간다는 소리에 내가 따라나섰다.

과연 아빠의 정확한 병명은 무엇이며, 지금 어떤 상태일까?



2주만에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예약을 하고 간지라 순서는 금방 돌아왔다.

의사는 아빠에게 이것저것 물어봤고, 진료는 1분 만에 끝났다.


나가시라는 의사의 말 끝을 붙잡고 물었다.

- 아빠가 가족에게 얼마 전에 알리셔서 정확한 병명도,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른다, 그런 걸 알려달라.


의사는 긴 병명을 보란 듯이 말해줬다. 니가 들으면 알겠냐는 눈빛으로.

혈액암 중 가장 흔하다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인 듯하다.


의사는 이어서 말해준다. 

- 총 8회 항암치료를 할 건데, 이번이 5회째다.

내가 물었다. 

- 아빠는 항암을 하셔도 피곤하시거나 그런 증상이 없다. 그런 건 왜 그러냐

의사는 말한다. 

- 일반 인이 쓰는 항암제의 4/5만 써서 그렇다. 연세가 있으시기 때문에 약을 100% 쓰면 사람이 가라앉는다. 젊은 사람이 일주일 누워 있는 거랑 연세가 많은 분이 일주일 누워 있는 거랑 천지차이다. 근육이 다 빠져서 걷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약을 일부러 적게 쓰기 때문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거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 예후는 안 좋아요.


병원에서의 점심식사


항암치료를 말로만 들어봤지, 그럼 그 8회가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질문했다.

- 치료가 끝나는 거죠.

- 그럼 약만 먹는 건가요?

- 치료가 끝난다니까요

- 약도 더 이상 안 먹고요?


의사는 짜증을 낸다.

항암 치료가 끝나면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이었다.


이래서 더 큰 병원으로 갔어야 했다.

아빠가 진단받고 바로 이야기만 했어도 최소 부산을 갔을 텐데.


의사의 태도에 화가 나고 말을 안 한 아빠를 보며 속상했다.

그동안 병원 지하에 식당이 있는 것도 모르고 15분이나 걸어서 역에 가서 밥을 먹고 입원 수속을 했다는 것도 속상했다. 정말 아빠는 답답한 사람이다. 그러니 엄마가 그렇게 올 때마다 구박을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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