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근데 신화라 작가님. 왜 이렇게 목소리를 낮춰요?"
"아~ 지금 다른 분들 다 주무시고 계셔서요."
"무슨 직장인들이 낮에 잠을 잡니까?"
"여기 병원이잖아요. 침대 많으니 다들 누워서 쉬어요."
점심시간, 아는 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유난히도 낮춘 조용한 목소리가 다른 때와는 달랐나 보다.
아무리 점심시간이라도 그렇지, 무슨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잠을 자냐고 묻는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고 병원에서만 일해본 나는 주말에도 낮시간만 되면 잠이 쏟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실습 때부터 봐온 치료사들은 점심때만 되면 치료실 문을 걸어 잠그고 각자 하나씩 침대를 선점한다.
실습할 때는 실습생들끼리 방이 있어서 그곳에서 제출할 리포트도 다시 점검하고, 실습 에피소드를 풀어내기에 바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선배 치료사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뭘 하지?라는 생각.
그런 의문점은 곧 풀렸다. 다시 바빠질 오후 시간을 위해 다들 침대에서 누워 쉰다는 것을.
졸업 후 나도 똑같이 점심시간에 침대 하나를 차지하게 됐다. 실장님은 종종 아픈 몸을 치료했고, 아프지 않아도 핫팩 하나씩은 끼고 누웠다.
어느 날부턴가 계속 소화가 안되고 속이 쓰렸다.
아래층에 있는 내과에 갔더니 내과 원장님이 증상을 듣자마자 곧 "밥 먹고 바로 눕지?"라고 물으셨다. "네......" 그게 가장 안 좋은 버릇이라고.
그렇게 내 병명 리스트에는 '역류성 식도염'이 추가됐다.
안 좋은 걸 알면서도 눕게 된다. 오전 내내 힘들었던 몸을 잠시 쉬게 만들고 싶다. 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내 몸도 환자의 몸인데, 이런 몸으로 다른 이를 치료한다는 것이 모순 같다. 그래서 더 눕게 된다. 이건 눕기 위한 변명 같지만 변명이기도 하고 사실이기도 하다.
치료실 보조로 일하던 학생은 오후 진료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아 깨우기도 했다. 낮잠의 유혹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가 없다. 낮잠을 15분 정도 자는 것은 하루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 이것도 역시 내가 낮잠을 자기 위한 변명이고 사실이다^^
점심시간이 1시간이면 식사 후 남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기까지 하면 어찌나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지금 일하는 곳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점심시간이 1시간이다. 그 덕에 이렇게 글도 쓰고 20분 정도 누워 쉴 수 있는 시간도 갖는다.
사실 낮잠도 습관이라, 안 자는 버릇을 들이면 그 또한 적응된다. 하지만 허약체질인 나는 낮잠을 자지 않고 움직이다가 졸음운전으로 저 세상 갈 뻔한 적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낮잠을 청한다.
낮잠을 자기 위한 의식은 나름 진지하다. 환자들이 계속 쓰는 공간이라 개인 머릿수건 같은 것도 준비해둔다. 베개에 깔고 눕는 용이다. 나는 더워도 꼭 뭔가 덮어야 해서 입고 있는 긴 가운이나 카디건을 준비한다. 거기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이어폰이나 귀마개도.
다른 직원들도 함께 쉬는 공간이다 보니 조용하게 움직인다. 최대한 발소리도 낮추고 커튼도 살살 움직인다. 커튼을 열어젖힐 때 나는 '촤라락'하는 소리라든지, 슬리퍼를 끄는 소리에 잠에서 깨면 그렇게 기분이 나쁜 수가 없다. 서로 배려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
오늘도 식사 후 부른 배를 이렇게 앉아 글을 쓰고, 신문을 읽으면서 소화시킨다. 딱 20분, '잘 누워 있기 위한' 경건한 준비과정 중 하나라면 우스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