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못 할 수도 있겠다
현금으로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횟수와 비용을 듣더니
내가 등록한 6개월보다 1년 비용이 회당가격이 저렴하다며, 차액을 더 주고 1년을 하는 게 어때?라고 물었다.
-음(니가 돈을 준다면), 그래볼까?
일대일 수업을 한 번 진행하고, 문의를 했다.
차액을 더 드리고 1년으로 연장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바로 돌아온 대답은
-하실 수 있겠어요?
였다. 필라테스를 처음 하는 회원들에게는 너무 긴 회원권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 등록을 할 때, 3개월, 6개월, 1년 중에서 보통 3개월은 너무 짧고 1년은 초보에겐 어려울 수 있어서 6개월을 많이 추천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선택했던 6개월이긴 했다. 답을 들으면서, 내가 할 수 있을지, 할 수 없을지 궁금해졌다. 할 수 있다면 나중에 재수강을 하면 될 테고, 아니라면 거기서 끝내면 되는 거니까 말이다.
당근에 올라와있는 '필라테스 양도권 판매'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인가 싶었다. 임신이나 이사 등 물리적으로 어려운 이유가 아니라, '저하고는 안 맞아서요'라는 이유도 종종 보였다. 양도비 5만 원까지 본인이 부담하겠다면서 빨리 다른 사람을 찾는 판매자도 많았다.
일대일 수업을 하면서 나도 땀이 비 오듯 떨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았다. 일대일이니까 쉴 틈도 없었다. 두 번의 일대일 수업을 마치고 첫 번째 그룹수업으로 캐딜락 수업을 신청했다. 기구 명칭을 외우기 힘들면 일단 세 글자보다 두 글자가 더 어려우니 처음에는 세 글자 기구 수업부터 신청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청한 캐딜락이었는데...
처음이라 그다음 괄호 안의 명칭이 수업 내용이라고 생각지도 못하고 들어갔다가 '못 할 수도 있겠다'를 느꼈다.
'캐딜락(보수)'라는 수업을 들어갔다. 워밍업부터 바닥에 있는 '보수'위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번에 거의 50회를 양다리로 각각 했으니 총 100회다. 세상에... 내 머리에서 그렇게 많은 땀이 얼굴로 타고 내려올 거란 생각을 못했다. 순간 어지러운 느낌이 돌았다. 스포츠센터에서 필라테스를 할 때, 마른 체형의 회원 한 분이 필라테스를 하다가 속이 안 좋다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걸 봤었다. 그때는 '운동하다가 왜 속이 안 좋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유산소를 하면서 어지럽고, 땀이 많이 나면서 속이 울렁거리는 경험을 나도 하게 됐다. '이거 총 몇 회라고?'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 다 끝나는 건데? 한 번이라도 놓치지 않고 다 하려면 일주일에 2~3번은 가야 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1년을 끊었으면 나도 당근에 '양도자 구합니다'를 적을까 말까 고민하기 딱 좋은 운동 강도라는 걸 알기엔 채 몇 분이 걸리지 않았다.